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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54442398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0-04-10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사대 근처에 모여 있는 무리를 바라보았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51구역에 들어온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물론, 그들은 구역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51구역 내에는 두 개의 철조망 사이에 적어도 20미터 되는 높은 임시 관중석을 마련했고, 사람들은 그날의 장관을 두 눈으로 지켜보기 위해 그곳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우주선과 개척자들. 아이들의 임무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아리는 언뜻 군중 속에서 모국인 핀란드의 국기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누가 핀란드 국기를 흔들고 있는 것일까.
─잘 봐 둬. 마지막으로 보게 될 지구의 모습이니까.
요니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리워할 것도 그리 많지 않아.
요니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햇살에 빛이 바랜 황무지를 보니 그다지 슬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지구는 거대한 황무지로 변하는 중이었으니까.
아리는 우주선에 들어가며 마지막으로 지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무리 짓고 있는 군중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작은 점처럼 보일 뿐이었다.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 공중으로 먼지가 치솟아 올랐다.
─여러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만.
미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맞아요.
─하지만 갑자기 집이 그리워지면 어떡하죠?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을 못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나요?
미렐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그녀의 계속되는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결국 리사가 다가가 미렐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미렐은 리사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