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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54449274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23-07-2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 컬렉션이 있기까지: 세기의 수집가들
한국의 메디치, 이건희
가려진 이름, 홍라희
고미술품 수집가, 이병철
숨은 조력자, 이호재와 박명자
2장 ◦ 국민화가들의 명작 컬렉션
이중섭, 은박지에 숨겨진 거장의 또 다른 향기
김환기, 한국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하다
천경자, 꽃, 나비, 뱀 그리고 여인
이인성과 서동진, 천재 화가와 스승
권진규와 권옥연, 함경도 권진사댁이 낳은 두 예술가
오지호, 붓끝에서 태어난 명랑한 산하
3장 ◦ 추상을 향한 현대적 미감 컬렉션
유영국, 산에는 모든 것이 있다
장욱진, 방바닥에 펼친 소우주
김종영, 조각하지 않는 조각의 아름다움
이성자, 파리에서 성공한 첫 여성 화가
이응노, 멈출 줄 모르는 자기 변혁의 작가
문신, 생명체의 신비가 떠오르는 조각
박래현과 김기창, 경쟁자이자 동지였던 부부
4장 ◦ 미술사의 빈자리를 메운 희귀 컬렉션
김종태, 작품이 단 네 점만 전해지는 위대한 화가
나혜석,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페미니스트 화가
백남순, 독보적 스케일의 낙원
이대원, 농원에 환희를 담은 화가
변종하와 서진달, 이건희의 고향 대구의 미술인
5장 ◦ 시대의 반짝임을 담은 컬렉션
박항섭, 그리고 싶은 그림 vs 생계를 위한 그림
김은호, 인기, 그 달콤하고도 위험한
이상범과 변관식, 한국화의 최고봉과 반골의 미학
박대성, 가장 현대적인 먹의 세계
임옥상과 신학철, 민중 속에 피운 예술
채용신, 왕을 그린 마지막 어진 화가
6장 ◦ 서양 근대미술 컬렉션
파블로 피카소, 도자기를 캔버스 삼은 거장
클로드 모네, 빛을 사랑한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림이 품은 사랑의 온도
마르크 샤갈, 그가 그리면 추억도 환상이 된다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 우정 속에 꽃핀 초현실주의
카미유 피사로와 폴 고갱, 일요화가를 키운 ‘인상주의 삼촌’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날 기자회견실에 흐르던 긴장감과 흥분 그리고 열기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문체부 장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 미술관 수장들의 공동 브리핑은 미술계에 일어나기 어려운 큰 사건이었다. 방송 카메라가 자리 경쟁을 벌이고, 평소 보지 못하던 매체까지 총출동해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단군 이래 미술계 최대 뉴스’의 현장에 있었다는 흥분감이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동력으로 이어졌는지 모른다.
이건희・홍라희 컬렉션은 이중섭이 ‘은지화 작가’가 아닌, ‘근대 회화사의 거장’임을 우리에게 다시 각인한다. 그 위상의 중심에는 최석태가 이야기한 ‘소 그림’이 있다. 2021년에서 2022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 이중섭의 1950년대 대표작 <흰 소>와 <황소>가 전시되었다. 두 그림 중 <황소>는 해당 전시회의 포스터 그림으로 뽑혔다.
격정과 분노가 솟구치는 <흰 소>와 울분을 토하는 듯한 붉은색의 <황소>, 두 그림은 대구를 이루는 듯하다. 이중섭은 선묘의 작가답게 굵직하게 그은 몇 개의 선만으로도 대상의 동작과 심리를 단박에 전한다. <황소>는 머리 부분만 그렸는데, 슬픔이 고여 있는 듯한 소의 검은 눈과 울분을 토하는 듯한 붉은 배경이 그림 속에서 서로 공명한다. <흰 소>는 소의 전신을 그렸는데, 금방이라도 들이받을 듯 머리를 숙이고 어깨에 한껏 힘을 준 소의 자세에서 분노가 솟구치는 듯하다. 쩍 벌린 뒷다리와 힘차게 아래로 내리치는 꼬리를 보면 고조된 저항감마저 느껴진다. 서양의 화가 루오가 구사하는 굵은 붓질과 동양의 문인화가가 휘두르는 일필 먹선을 하나로 합쳐 놓은 듯한 <흰 소>는 선묘 회화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유영국은 이건희・홍라희 컬렉션 중 가장 많은 작품이 기증된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유영국 작품 총 187점 중 유화 20점을 제외한 나머지 167점은 모두 판화다. 이건희가 삼성가 임원들 집무실에 걸 용도로 당대 대가인 이우환, 유영국, 박서보, 천경자, 김창렬 등의 그림 판화를 제작했다는 일화를 앞서 얘기했었다. 이호재에 따르면 그 가운데 이건희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것이 유영국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특별히 추가 제작된 유영국의 판화가 국립현대미술관에 대거 기증된 것이다. 처음 기증 사실이 발표됐을 때 ‘유영국의 작품은 왜 그렇게 판화가 많은 거지?’ 하며 의아해했는데, 그 퍼즐이 스르르 풀렸다.
눈 밝은 컬렉터만이 알아주던 유영국이라는 화가는 이제 대중적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21년 대구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열렸을 때, 벙거지를 쓴 채 유영국의 작품을 바라보는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의 뒷모습이 SNS에 널리 퍼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유영국의 산은 수많은 계절을 지나며 우리 곁에 굳건히 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