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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4649025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7-11-30
책 소개
목차
자, 어떻게 생각하니?
엄마, 엄마, 어디 있는 거야, 엄마?
내가 좀비가 되는 거냐?
다시 살기 시작해야겠어
어쩌면 잉그리드가 나를 끝까지 돌봐줄 수도 있겠구나
그 아이들은 투사라서 싸웠고, 또 유대인이라서 싸웠어
리뷰
책속에서
“알겠다.” 아버지는 그렇게 대답하더니 입을 다물었고 이어 허둥거렸다, 혼자가 되어 허둥거렸다. 바로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죽었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어디도,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방금 치명적인 총상을 입은 사람 같았다. 그런 식으로 일 분가량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이윽고 충격을 흡수한 뒤 싸움의 한가운데로 다시 돌아와 자신의 손실 규모를 평가했다. “청력은?”
아버지가 자신이 모르는 새에 너무 많은 일이 진행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나는 거짓말을 했다. “봤다 해도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을 거예요.” 내가 말했다. “아버지, 수술할 수 있어요. 그걸 잊지 마세요.”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아버지가 잊을 수 없는 것,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 그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결정하면, 의사가 손을 집어넣어 그걸 꺼낼 거고, 잠깐 요양을 하면 아버지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예요.”
“몇 년 더 살면 근사할 텐데.” 아버지가 말했다.
“더 사실 거예요.” 내가 말했다.
메트로폴리탄생명에서 빌과 에이브와 샘과 J.M. 코언과 함께한 삼십팔 년의 이야기들을 들은 것이 그때가 결코 처음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몇 번이고 나에게 일깨웠듯이, 그들 모두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살아 있는 몇 안 되는 친구들에 관해서도 전해줄 만한 좋은 소식은 별로 없었다. “루이 체슬러는 입원해 있는데, 피오줌을 싼다는구나. 아이다 싱어는 거의 장님이래. 밀턴 싱어는 걷지를 못해. 휠체어 신세야. 터로, 딕 터로 기억나니? 그 친구는 암이야, 가엾은 녀석. 빌 웨버는 전화를 해도 내가 누군지도 몰라. ‘허먼, 허먼 누구? 나 아는 사람 가운데 허먼은 없는데.’ 빌은 지금 프랭키하고 살고 있지만, 프랭키 말로는 곧 양로원에 넣어야 할 거래.”
이렇게 아버지는 오래전에 죽은 사람과 죽어가고 있는 사람과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친구들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종양만 생각하는 데서 벗어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