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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4690782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3-03-14
책 소개
목차
역자 서문
프로젝트 계획
첫 방문
벽 너머의 이웃
고급 재건축 아파트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할까?
시간 여행
선입견
세상을 향해 열린 문
극진한 대접
같은 고향 사람
있는 그대로의 모습
함께 흘리는 눈물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공동체
쾅 닫힌 문
슬럼프
생각지 못한 순간
반가운 초대
사람을 관찰하는 능력
함께 웃는 사람들
거리의 아이들
가깝고도 먼 그대
용기가 필요한 일
흠잡을 데 없는 케이크
프로젝트 중간보고
엄마가 된다는 것
자신감
적대감
전국 이웃집 방문의 날
가슴속에서 터지는 폭죽
맺음말
책속에서
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행동 가운데는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고급 아파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축축한 곰팡이 소굴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모든 고급 아파트가 곰팡이 소굴이라는 말이 아니라, 앞으로는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다는 말이다.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기 전에 먼저 그 사람과 알고 지내는 법을 연습할 것이다. 언젠가, 내가 ‘인간도’에서 검은띠를 따는 먼 훗날에는 어쩌면 사람을 재단하는 행위를 그만두리라.
앞치마를 두른, 볼 빨간 여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이 사람은 우리집 거실 벽 반대편에 사는 사람인데, 이제야 처음 보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동네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200일 동안 200가정을 찾아가 티타임을 하는 프로젝트예요. 제가 직접 구운 케이크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이 동네 이야기며, 여기가 얼마나 변했는지 같은 이야기를요. 저와 함께 치즈케이크 한 조각 드시겠어요?”
“나쁠 거 없죠!” 여인이 반겼다.
밖으로 나오자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도 기쁘고 흡족했다. 이웃집 방문이 벽을 뚫고 쳐들어가야 할 만큼 힘든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내가 이토록 기분좋은 이유는 카타리나의 친절한 대접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내 삶의 모습을 발견했는데 그 모습이 그럭저럭 봐줄 만했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제는 무엇이든 시작해볼 의욕이 생겼다. 따듯한 수프를 먹고 뱃속이 든든해졌을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