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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4694100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23-07-21
책 소개
목차
화두 _7
여진이 이어지다 _11
세 여자가 쓴 또하나의 이야기(1) _22
하늘에서 괴물이 내려오다 _34
세 여자가 쓴 또하나의 이야기(2) _48
아사가 행동에 들어가다 _59
세 여자가 쓴 또하나의 이야기(3) _90
산초 판사의 회색 당나귀 _100
세 여자가 쓴 또하나의 이야기(4) _118
파국 위원회 _126
망자들의 그림자가 짙어지다 _157
‘세 여자’가 이제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 시작하다 _180
익사자를 낸 플레이 치킨 _198
영혼들의 모임에 자살자는 참여할 수 있는가? _227
오십 년 만의 ‘숲의 신비’의 음악 _267
나는 다시 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살 수 있다. _320
해설 | 오에 겐자부로, 기도하는 언어 _343
오에 겐자부로 연보 _359
리뷰
책속에서
집주인이 어두운 목소리로 이제 막 태어난 새끼 말을 저 들판에서 뛰게 해줄 수가 없습니다, 방사능비로 오염되었으니까요, 라고 말했을 때, 끊임없이 가랑비가 내리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 방사성물질로 인해 오염된 땅을 (최소한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은……실제로는 그런 느긋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 인간은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가 없다. 그렇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표정이, 불충분한 조명 아래 드러난 집주인의 상반신과 카메라를 받친 PD의 어깨를 바라보는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로 묶을 수 있다면, 그런 일을 우리가, 동시대의 인간들이 해버렸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복구할 수 없다……이런 생각에 충격을 받고 나는 노인의 울음소리를 냈던 것이다.
이제 우리의 ‘미래의 문’은 닫혔다, 그리고 우리의 지식은(특히 나의 지식 같은 건 별것 아니었지만 아무튼) 전부 죽고 만 것이다……
“그리운 시간으로부터 답장은 왔나요?/ 답장은 왔나요?/ 왔나요? 왔나요?/ 그리운 시간으로부터 답장은 왔나요?”
갑자기 가슴속에, 그때까지 소녀들의 노랫소리를 부드럽게 따라 움직이던 기억을 뒤엎는 듯한, 일흔을 넘은 늙은 여자의(그러니까 나의) 분노에 떠는 목소리가 끓어올랐다.
“그리운 시간으로부터 답장은 안 와!”
그 짜증은 바로 오빠를 향한 것이었다. (…) 죽은(살해당한?) 기 오빠를 이거 잘됐다는 듯 ‘그리운 시간의 섬’으로 보내버린 이후 오빠는 최소한 자기 소설에서는 단 한 번도 진심을 담은 진실한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상 ‘그리운 시간의 섬’에서 답장이 오지 않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