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로 읽는 서양철학사

프롤로그

제1부 이것이 모던이다(17~18세기)
제1장 기계와 신
데카르트­우주의 파친코 기계 : 데카르트의 인생 / 기계론의 철학 / 정신과 신체
스피노자­신은 웃지 않는다 : 스피노자의 인생 / 스피노자 철학
제2장 영국 철학
홉스­자신을 위해 살아라 : 홉스의 인생 / 신이란 무엇인가? /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이다 / 사회계약과 애국심
로크­인생은 경험이다 : 로크의 인생 / 절대 진리는 필요 없다 / 기독교도를 위한 정치학
흄­모든 것은 기분이다 : 흄의 인생 / 어른의 철학 / 탈이데올로기 정치학
제3장 백과전서파와 루소
살롱의 철학자들­여인들이 장악한 파리의 밤
볼테르와 영국 : 볼테르의 인생 / 볼테르의 <철학서간>
디드로와 <백과전서>: 디드로의 인생 / 디드로의 철학
루소­고독한 산책자의 광기 : 루소의 인생 / 루소의 철학­자유에 대한 강요 / 국가를 위해서 죽는다

제2부 조화의 쾌감(18~19세기)
제4장 근대의 우등생
스미스­원조 ‘관에서 민으로’ : 스미스의 인생 / 스미스의 도덕철학 / 파이이론 / 평등주의 비판
칸트­무엇을 아는지 안다 : 칸트의 인생 /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안다 / 윤리학
제5장 역사철학
헤겔­역사에는 목적이 있다 : 헤겔의 인생 / 헤겔의 철학
마르크스­모든 사물에는 순서가 있다 : 마르크스의 인생 / 마르크스의 사상

제3부 역사의 종말­20세기
제6장 초인과 정신분석
니체­초인은 나 자신이다 : 니체의 인생 / 루 살로메 / 니체의 철학
하이데거­존재의 고향은 어디에 있는가? : 하이데거의 인생 / 하이데거 철학
프로이트­이상한 사람은 의사인가, 환자인가? : 프로이트의 인생 / 정신분석학
비트겐슈타인­구도자의 논리학 : 비트겐슈타인의 인생 / 구도자의 논리학
제7장 프렌치 커넥션­사르트르와 보부아르
고등사범학교
프랑스 지식인들의 성과 사랑
엘리트와 대중사회
제8장 컴퓨터와 DNA
위너와 사이버네틱스 : 위너의 인생 / 사이버네틱스 철학
도킨스­이기적 유전자의 우울함 : 도킨스의 섹스기계론 / 바타유와 에로티즘
자크 모노의 허무주의
제9장 리처드 로티의 미국
리처드 로티­실용주의의 부활 : 로티와 촘스키 / 진리란 무엇인가
실용주의자의 정의론 : 로티와 롤스 / 미국 만세

글을 마치며

인간은 동물이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동물은 절망하지 않는다. 절망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지도 않는다. 절망하기 위해서는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고, 미래의 자기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나 미래의 자기 인생을 상상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실체를 파악하고, 긍지와 희망을 느끼거나 불안과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은 단지 ‘지금’만을 살아간다. 그래서 그들은 자살하지 않는다. 아무리 좁은 동물원에 갇혀 있어도 원숭이는 자살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그런 상태에 처하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지 않을까?



희망할 수 있는 능력과 절망할 수 있는 능력은 표리 관계에 있다. 절망할 수 없는 존재는 행복을 느낄 수도 없다. 동물은 살아 있지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리하여 동물은 행복해질 수도 없고 불행해질 수도 없다. 인간은 살아 있고, 그와 동시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고 말했다. 이것은 자기혐오와 자존심을 알고, 늙음과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뜻이다.
이 세상이 환상이며 환영이라고 해도, 이 세상이 환상이며 환영일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것은 환상이나 환영이 아니다. ‘나는 뇌인가?’라고 생각하는 뇌,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의심하는 뇌, 자기 자신을 혐오하는 뇌, 그는 그 뇌에 정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데카르트­우주의 파친코 기계 중에서

<국부론>은 1776년, 스미스가 53세에 출간한다. 초판 1,000부를 찍었는데, 이것이 당시의 평균이었다. 흄의 <인성론>도 1,000부를 찍었지만, 흄의 생전에 다 팔리지 않았다. 반면에 <국부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초판 1,000부는 6개월 만에 모두 팔리고, 같은 해에 독일어를 비롯해서 프랑스어와 이탈리어 등 수많은 외국어로 번역되었다. 영국 정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의회에서 <국부론>의 인용이 유행할 정도였다. <국부론>이 세계를 바꾼 것이다.
그는 만년에도 평온한 가운데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개정작업에 힘썼다. 도시를 싫어해서 고향을 떠나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살았다.



어머니는 그가 61세 때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6년 뒤에 그도 67세의 나이로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는 죽기 직전에 초고류(草稿類)를 전부 소각했는데, 자신의 작품을 모조리 불태우고 저세상으로 떠난 것이다.



― 스미스­원조 ‘관에서 민으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