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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5638
· 쪽수 : 240쪽
책 소개
책속에서
나침반! 적어도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해줄 물건이었다. 희망에 찬 아람은 나침반을 들고 하늘과 나침반을 번갈아 살피며 시선을 움직였다. 제길, 멍청한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잖아! 환히 빛나는 태양 빛 아래에서 나침반 바늘이 북쪽조차 제대로 가리키지 못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아버지는 왜 이 나침반이 아람을 집으로 데려다준다고 생각했을까?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버지라는 사람보다 왜 이 고장난 나침반을 지키라고 당부했는지가 더 큰 수수께끼였다.
충동적으로 나침반을 다시 들여다보며 태양과 칼림도어 지도의 방향을 맞춰보았다. 여전히 고장 났는지 북쪽을 가리키지 않았다. 나침반은 엉뚱하게도 남동쪽을 가리켰다. 순간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람은 필사적인 기분으로 무릎을 꿇고 땅 위에 지도를 펼쳤다. 마카사가 "지금 뭐하는 거야?"라고 조급하게 묻는 말도 무시한 채 펼쳐놓은 지도 세 장과 나침반의 방향을 비교했다.
그랬다. 호숫골은 현재 위치에서 남동쪽에 있었다. 쏜 선장의 나침반은 애초부터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아니었다. 집을 가리키고 있었다. 쏜 선장이 뭐라고 했던가?
'이 나침반이 네가 가야 할 곳으로 이끌어줄 거야. 잊지 마라!'
아람이 가야 할 곳이 어디겠는가? 집이었다. 호숫골이었다.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과 롭 아저씨가 있는 곳. 이유는 몰라도 확신이 들었다. 나침반은 어째서인지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람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침반을 짐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망가져버린 쓸모없는 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나침반이 선물 같았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