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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6413
· 쪽수 : 288쪽
책 소개
책속에서
"음음음음 아옳옳올록."
머키가 감탄하며 하는 말을 탈리스한테 배워두었기에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좋은 마법이라는 뜻이었다. 쓱싹도 단호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확신에 찬 말투로 머키와 똑같이 칭찬했다.
"좋은 마법이다."
머키와 쓱싹이 말하는 '좋은 마법'이란 단지 비유적 표현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아람이 연필로 주변 사람과 장소와 사물을 똑같이 그려내는 재주가 둘에게는 진짜로 어딘가 신비로운 능력처럼 여겨졌다. 둘은 아람이 손 위에 진짜 바람꽃 열매를 만들어낸다 해도 그리 놀라지 않을 듯했다.
아람은 이제 막 자신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참이었다. 게다가 꽤 잘 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람이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새 아버지는 한 주 벌이에 맞먹는 돈을 들여 열두 살 생일에 이 가죽 양장 스케치북을 선물했고, 이 스케치북은 아람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 되었다. 아니, 친아버지한테 나침반을 받고 탈리스에게서 도토리를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p. 21)
"정말 그렇게 해야 해? 놀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잖아. 쏜 선장님이 성난꼬리 부족을 어떻게 상대했는지 생각해봐. 쓱싹과 날 봐. 이렇게 하면 되잖아. 쓱싹과 덩굴발 일족이 화해할 수 있도록 해보자."
"아옳옳옳롤롤음음음."
머키가 거들었다.
하지만 쓱싹은 고개를 저었고, 마카사도 표정이 굳어졌다.
"굳이 그런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어. 이미 우리를 노리는 적이 많아. 할 일도 많고……."
마카사가 손가락을 꼽으며 하나씩 짚어갔다.
"식량을 찾고, 수정을 찾고, 말루스를 피하고, 가젯잔에 가고, 탈리스의 씨앗을 전달하고, 널 호숫골로 데려다줘야 해. 놀 부족이 오랫동안 지켜온 관습을 바꾸겠노라며 덩굴발 일족 전체를 상대하는 일은 무의미할 뿐이야."
"관습을 바꾸게 할 필요는 없어. 그저 쓱싹이 애송이가 아님을 증명하기만 하면 돼."
"애송이는 애송이다."
느닷없이 낯선 목소리가 갑자기 날아들자 쓱싹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톱니."
톱니만이 아니었다. 아람, 마카사, 쓱싹, 머키는 몸을 숨길 곳 하나 없는 넓은 길 한복판에서 열에서 열둘 정도 되는 놀 전사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