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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9757718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문 ⇄ 문
유령 병동
까마귀의 권청(勸請)
유죄로서의 부재(不在)
수난(水難)의 밤
W=mgh
아사리천공사담(阿闍梨天空死譚)
마구무시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정말이지 어이없는 사건이라고 야마시나는 생각했다. 작업복 소매를 걷어붙이고 바지런히 일하는 노주인, 옻칠한 소바판, 펄펄 끓는 커다란 솥, 가루로 덮인 도마, 큼지막한 칼, 뿜어져 나오는 선혈. 그림은 꽤 그럴싸하지만 동기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몇 날 며칠 굶은 것도 아닌 사람이 겨우 소바 한 그릇 때문에 인생을 시궁창에 처넣은 것이다.
그러나 그 기사에 콧방귀를 뀌고 이틀째 날 야마시나는 그 살인자의 심경을 이해하게 된다.
야마시나 다이스케는 대학생이었다. 사 년 전 군마에서 상경해 줄곧 나카노의 도에이장(莊)에서 하숙을 왔다.
_ 「문 ⇄ 문」
흐드러진 벚꽃 아래서 마시는 술이 꽃구경 술(花見酒)이고 모란 꽃잎처럼 흩날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한잔 기울이는 것이 눈구경 술(雪見酒)이라면 지금부터 하려는 것은 유령구경 술이려나.
그런 싱거운 농담을 떠올려봤지만 조금도 웃을 수 없는 가쓰라기 소타로였다.
잘못은 애초에 자신에게 있었다. 신년회 이차에서 고마쓰자키 아카네 옆에 앉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빨리 재미있는 화제로 관심을 끌지 않으면 다른 놈이 채갈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떠밀려 그만 고교 시절의 그 이야기를 꺼내고 말았다.
_ 「유령 병동」
병원으로 옮기면 살아날지도 모른다고 잠깐 생각했지만 구급차는 부르지 않았다. 만약 살아난다면 상대의 기억도 살아나게 된다. 살아나면 상대는 무슨 말을 할까. 소화가 안 돼서 뒤통수를 쳐달라고 했다고 말해줄까.
나는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 상대가 살아난다고 해도 죽이려고 한 사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살의를 품었고 또 실제로 행동으로 옮겼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나는 세상에서 매장된다.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평소의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 방에 들어오는 걸 본 사람은 없을까. 일을 저지를 때 이상한 소리가 나지는 않았을까. 창문에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다. 옆방에서는 음악 소리가 들린다. 방 앞 복도가 소란한 기색도 없다.
튀자. 이 방을 나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 방으로 돌아가자.
_ 「유죄로서의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