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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59895359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 나는 오늘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1. 길을 잃는다는 것
_ 길을 잃을 때, 우리는 자신을 잃고 다시 자신을 찾는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이다
상상 속 방랑은 다시 실제의 삶과 연결된다
배회와 표류, 목적 없는 산책의 즐거움
사유의 모험, 생각의 길을 걷는다는 것
2. 기다림과 반복의 미학
_ 매일 걷는 길도 매 순간 다른 길이다
예술, 늘 다르면서도 늘 같은 반복의 역사
오마주와 표절 사이, 모방의 예술
예술적 지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시간
완성과 미완성의 차이, 여백을 읽는다는 것
단순한 반복을 넘어선 다시 읽기의 가치
번역 속의 예술, 번역으로서의 예술
상자 밖에서 생각할 때 보이는 것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우리의 과거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
매일 그린다고 예술가가 되지는 않지만
삶이라는 헛된 노력에 온기와 형체를 부여한다는 것
일상의 경험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는 통찰력
실수와 실패의 이야기에 담긴 진실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다
반복의 가치, 매일 걷는 길도 매 순간 다른 길이다
3. 침묵이 만들어내는 소리
_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
침묵 혹은 자신과의 대화
정적은 온갖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쓰기의 감각, 손으로 글을 쓰는 이유
내 안의 수많은 자아와 만난다는 것
침묵 속에서 하는 행동에 목소리를 줄 때
4.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
_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고, 그 무엇일 수도 있는
우둔함과 천재성 사이에 놓인 가는 선 하나
5.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다는 것
_ 부조리하고 복잡한 삶을 이해하는 방법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다는 건 헛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다
삶이 축적해내는 시간의 경험들
낯선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본다는 것
매 순간 무수한 이야기가 우리 눈앞을 지나간다
에필로그 _ 우리의 삶은 대단치 않지만
참고문헌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1937년 11월 9일, 러시아의 시인이자 극작가 다닐 하름스는 이렇게 썼다. “나는 오늘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상관없다.” 사실 하름스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게 아니다. 그는 “나는 오늘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상관없다”는 문장을 썼다. 무엇이 상관없다는 걸까?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면 그가 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어차피 상관없다면 왜 그런 문장을 쓴 걸까?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다닐 하름스가 살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파트에는 전선과 나사가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 방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대체 방 안에 늘어놓은 것들이 뭐냐고 물으면, 하름스는 기상천외한 기계를 하나 만들고 있다며 완성 후 작동하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거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그 기계가 대체 뭘 하느냐고 묻자 하름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_ 프롤로그 중에서
레베카 솔닛은 《길 잃기 지침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길을 잃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이다. 이는 지리와 지형을 따라가며 얻게 되는 초자연적 상태로, 의식적 선택의 결과이며 스스로 택한 순응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정해진 목적지를 찾지 못하는 걸 뜻한다. 그러나 자신을 잃는 길 잃기에는 정해진 목적지가 없으며, 지도와 지형 자체가 주된 관심사가 된다.
출발점과 목적지가 없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축적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면 방의 이쪽 구석과 저쪽 구석 사이에 놓인 거리는 두 대륙 간의 거리만큼이나 광대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