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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노동문제
· ISBN : 9788960906532
· 쪽수 : 432쪽
책 소개
목차
1 클리블랜드의 유산
2 오리엔테이션
3 철강 노동자의 자격
4 제철소라는 세계
5 교통사고
6 제철소, 신성한 땅
7 ‘솥’ 지킴이
8 두 개의 미국
9 대학 시절
10 정신 병동의 노래하는 사람
11 사랑은 혐오를 이긴다
12 밤을 밝히는 불꽃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추천의 말
리뷰
책속에서
대개의 경우 제철소는 악몽 같은 곳이다. 이른 아침, 높다란 화통에서는 주황빛 불꽃이 하늘 높이 치솟는다. 굴뚝은 하얀 연기를 내뿜는다. 철로는 물 빠진 황량한 땅을 가로지르고, 쿠야호가 강의 누런 강물은 이리 호 어귀로 흘러간다. 많은 공장 건물이 녹슬고 그을음이 낀 채 엉긴 피처럼 검불그스름하게 서 있다. 이런 건물들 안에서 용광로는 활활 타오르고 기계는 윙윙 돌아가고 크레인들은 짐 무게에 겨워 끽끽거린다. 이런 건물들 안에서 쇳물이 강철로 바뀐다. (…) 제철소 어디를 둘러보나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여긴 널 죽일 수 있는 곳이야.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곳이라고
러스트벨트의 도시에서 주황빛 불꽃은 단순히 역한 냄새와 오염의 전조만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착오도 아니며 혁신의 부족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샌프란시스코나 보스턴 같은 도시의 사람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존재일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그 이상이다. 그것은 일자리고 세금이다. 그것은 경제성장을 가리킨다. 저 불꽃이 타오르면 클리블랜드가 잘 굴러간다는 뜻이야, 하고 철강 노동자들은 말한다. 저 불꽃은 우리 역사와 우리 정체성의 일부다. 그것은 어떤 것도 영원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세상에서 시간의 시험을 이겨내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한다.
불은 쇠스랑을 든 악마처럼 구덩이에서 날름거렸지만, 저 제강로를 볼 때까지는 지옥을 제대로 본 것이 아니었다. 도가니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주황색 가스는 빠르게 움직이며 고통 받는 육체와 뒤틀린 영혼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절반쯤 껍질이 벗겨진 얼굴들이 쇳물 위로 떠올랐다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악마의 꼬리가 수면을 때렸고 괴물들은 숨을 쉬려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