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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1671316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4-06-30
책 소개
목차
피 … 7
뼈 … 115
버터 … 387
지은이 후기 … 522
감사의 글 … 523
옮긴이 후기… 525
리뷰
책속에서
그들의 왁자한 웃음소리가 높이 떠올라 단풍나무 우듬지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수양버들이 냇둑 아래로 눈물처럼 뚝뚝 잎을 떨어뜨리는 것을. 백파이프 부는 사람이 반딧불이와 함께, 풀잎에 바짓가랑이를 적시는 축축한 여름을 뚫고 오는 것을. 네 마리의 새끼 양 바비큐가 커다란 구덩이 속의 사과나무 잉걸불에 익어가는 것을. 습한 여름밥의 대기에 연기냄새가 어룽거리는 것을. 그래, 정말 아빠는 본다, 이렇게 그 모든 낭만적인 풍경을. 아빠는 자신의 모든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다들 뼈대를 맡아서 일을 잘 추스른다면, 나는 낭만을 책임지지.”
부모가 버몬트의 언덕배기나 뉴욕시에 꽁꽁 숨어 있는데, 어린 내가 손수 돈을 벌고 있다면, 이제 나를 책임지는 사람은 나 말고 또 누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대학원 수준의 그 어떤 페미니즘 강좌라도 처음 주급을 손에 거머쥔 것만큼의 교육 효과는 결코 없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영구적인 신념이 뇌리에 새겨졌다. 내가 몸소 벌어서 살아간다면, 나는 내 맘대로 살 거야.
해거름 녘에 줄담배를 피워대며 우울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결국 자살 생각은 떨쳐버렸다. 그런 생각만 빼면 건강하고 튼튼하고 예의 바른 19세의 소녀인 내가 차마 자살을 할 수는 없어서, 훨씬 더 점잖고 실행 가능한 ‘실종’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타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배려, 그리고 몸에 밴 예의범절 때문에 진짜 죽음이 아닌 기발한 방식의 죽음을 나는 곧바로 계획했다. 세상이여, 안녕! 뉴저지여, 안녕! 가족도, 나라도, 하나님도 안녕! 유레일 패스는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