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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62606959
· 쪽수 : 436쪽
· 출판일 : 2015-01-30
책 소개
목차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
1부. 베니스의 제프
2부. 바라나시에서 죽다
후기
책속에서
내가 겪은 바로는 인생이 바뀌는 경험이란, 대개 그 경험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휘발되기 때문에, 몇 주 지나지도 않아 별로 바뀐 것도 없이 그 경험에서 빠져나오게 된다는 거야.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란 십중팔구 우리의 인생이 불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주지. 그래서 소설이 그렇게 인기가 있는 거야. 알다시피 하루 만에 어떤 사건 하나로 발생한 일이 그들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니까. 이런 것이 소설이지.
그는 그녀의 엉덩이뼈 바로 아래 작은 문신을 보았다. 처음에는 상어라고 생각했지만 돌고래였다. 돌고래는 톱니처럼 보이는 파도 위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완전히 벌거벗은 그들은 침대에 앉았다. (중략) 그들은 나란히 누워 그가 사둔 커다란 생수병 하나를 차례대로 어색하게 마셨다. 제프가 말했다. “놀랍지 않아? 어떤 여자를 만나고, 말을 걸었는데, 그 여자가 이런 짓을 하게 하는 거야. 열세 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짓을. 그런데 그 여자는 이런 짓을 하게 놔두는 것만은 아니야. 그녀도 이런 짓을 원하는 거지. 그녀도 이런 짓을 하고 싶어하고. 근사한 일이지.”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어. 그리고 당신은 여기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그녀는 제프에게 물병을 건네고 배가 아래로 향하도록 몸을 뒤집었다. 아까 흘긋 보았던 돌고래 문신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의 손이 볕에 그을린 그녀의 긴 척추를 따라 움직였다. “상어 문신은 언제 한 거야?” “돌고래야, 멍청이!”
그저 무기력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한 발을 다른 발 앞으로 뻗는 것이, 그저 제자리에 멈춰 서는 것보다 덜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쟁기질하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피곤한 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쟁기가 팔에서 떨어진 뒤에도, 팔이 떨어져나간 뒤에도. 멀쩡한 팔로 떨어져나간 팔을 주워들고, 그 모든 고통과 불편을 감내하고 팔을 다시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운이 좋다면?그렇다면 대단히 행운이리라?감수해야 할 끔찍한 물리치료를 생각하며, 가능한 빨리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터벅터벅 나아갈 뿐이다.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유일한 대안이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뿐이다. 하지만 주저앉아 나아가지 않을 때조차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찰스가 제프에게 자신의 끔찍한 불운을 말하는 동안, 그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고, 믿을 수 없게도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행복의 절정을 방해할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괴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처럼 자기 연민의 물결이 몰려들어 그의 머리를 깨부수기 직전이었다. “나한테는 나쁜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안 그런가, 찰스?”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