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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62609967
· 쪽수 : 832쪽
· 출판일 : 2016-12-14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프레데릭은 파리로 돌아가 살 집과 써야 할 희곡의 줄거리, 그림의 소재, 앞으로 찾아올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처럼 선한 사람은 행복을 누리는 게 마땅한데 어째서 그 행복이 빨리 찾아오지 않는지를 생각하며 우울한 시구를 읊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갑판을 건너 배 한쪽 끝에 종이 매달려 있는 곳으로 갔다. 그때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승객과 선원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서 어느 시골 여자의 가슴에 늘어져 있는 황금 십자가를 만지며 온갖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곱슬머리에 활기가 넘치는 그 남자는 마흔 살 정도 되어 보였다.
그녀는 마치 낭만적인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 같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야말로 낭만 소설 속 여자 그 자체. 우주가 갑자기 넓어진 것 같았다. 그녀는 모든 것이 하나로 모인 찬란한 빛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흔들리는 마차에 몸을 맡긴 채 눈을 반쯤 감고 구름을 보며 달콤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브레에 도착한 그는 말에게 여물을 먹일 시간도 기다리지 않고 혼자서 앞으로 먼저 걸어갔다. 아르누가 아내를 ‘마리’라고 불렀던 것이 생각났다. 그는 큰 소리로 “마리!”라고 외쳐봤으나 그 소리는 이내 허공으로 사라졌다.
데로리에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한가하게 잠이나 자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해! 두고 보라고. 1789년의 혁명 같은 것이 다시 한번 올 테니까! 헌법, 헌장, 잔재주, 거짓말, 모두가 지긋지긋해. 내가 신문이나 연단을 갖고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비난해댔을 거야. 하지만 뭘 시작하려면 돈이 필요해. 그런데 술꾼의 아들로 태어나 빵값을 버느라 청춘을 낭비하고 있으니 참으로 저주받은 놈이지.”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얇은 옷을 걸친 채 추워서 떨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