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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과학자의 생애
· ISBN : 9788962624809
· 쪽수 : 756쪽
· 출판일 : 2023-01-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파로커웨이
시골도 도시도 아닌 곳 | 탄생과 죽음 |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다 | 학교에서 | 만물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 진보의 20세기 | 리처드와 줄리언
MIT
최적경로 | 공학도의 사회성 키우기 | 최신 물리학 | 기계공 | 파인먼 군은 물론 유대인입니다만 | 분자 내부의 힘 | 학비가 아깝지는 않을까요?
프린스턴
격식이 판치는 동네 | 종이접기와 리듬 | 스프링클러의 미스터리 | 합리주의자 | Mr. X와 시간의 본질 | 양자역학과 최소작용 원리 | 아우라 | 폐결핵 | 전쟁준비 | 맨해튼 프로젝트 | 논문 마무리
로스앨러모스
까만 서류가방을 든 남자 | 연쇄반응 | 전함과 쾌속 어뢰정 | 확산 | 머리로 계산하기 | 기계로 계산하기 | 울타리 안에서 | 마지막 봄날 | 헛된 희망 | 핵 공포 | 때를 기다릴 거야 | 우리 과학자들은 영리하다
코넬
평온한 대학 | 현상은 복잡해도 법칙은 단순하다 | 그들은 모두 잿더미나 다름없지 | 마음의 장벽 주위로 | 무한대 줄이기 | 다이슨 | 제멋대로 그림을 넣고 생각하여 시각화한 것 | 슈윙어의 영예 | 제 기계장치는 너무나 먼 곳에서 왔습니다 | 또한 파인먼이 발표한 이론이 있었다… | 프리먼 다이슨과 함께한 국토 횡단 | 오펜하이머의 단념 | 다이슨 그래프, 파인먼 다이어그램 | 머나먼 우화 속 나라로
캘테크
코파카바나에서 온 사기꾼 | 아, 여인들의 사랑이란! | 물리학과 함께 미래로 | 양자액체 | 새로운 입자, 새로운 언어 | 머리 겔만 | 천재를 찾아서 | 약한 상호작용 | 가정적인 삶으로 | 양자전기역학에서 유전학으로 | 허깨비와 벌레 | 밑바닥 공간 | 파인먼의 온갖 지식 | 탐험가와 관광객 | 스웨덴에서 주는 상 | 쿼크와 쪽입자 |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 농담도 잘하시네! | 기술이 불러온 참사
에필로그
감사의 말
파인먼 문헌 목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과학적 지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중 파인먼의 주특기는 실용적 지식이었다. 파인먼에게 지식이란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성취하는 것’이었다. 상당수의 물리학자들이 유럽 문명의 전통하에서 교육받고 성장했지만, 파인먼은 그림을 감상한 적이 없고 음악도 들어본 적이 없으며 교양서적은 물론 과학책마저도 읽지 않았다. 다른 과학자들이 그에게 뭐든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하면 아주 질색하는 통에 그들을 몹시 당혹스럽게 만들곤 했다. 그래도 그의 학습 능력은 놀라워서 배워야 할 것은 어떻게 해서든 배우고야 말았다. 편견 없이 지식을 추구했다는 이야기이다. 안식년에는 생물학에 관심을 가져, 유전학자들이 DNA 변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작지만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 언젠가는 “길이 64분의 1인치 미만의 초소형 전기모터를 만들어 보라”라며 1,000달러의 상금을 공개적으로 내걸었다(실제로 상금을 줬다). 이처럼 일찌감치 초소형 기계의 가능성을 떠올린 덕분에 자칭 나노기술자라는 사람들의 지적 아버지가 되었다.
성인이 된 파인먼은 과학자들에게 물었다. “대재앙이 일어나 모든 과학지식이 사라졌다고 합시다. 단 하나의 문장으로 다음 세대에게 가장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줘야 한다면, 뭐라고 말할 건가요? 뭐라고 남겨야 우리가 이 세계에 대해 이해한 바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파인먼이 제시한 모범답안은 다음과 같다. “만물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자란 끊임없이 움직이는 미세한 입자를 말하며 이 입자들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으면 서로 잡아당기지만, 너무 바짝 다가서면 서로 밀치는 성질이 있다.” 그러고는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을 달았다. “약간의 상상력과 사고력만 발휘해도 이 한 문장에 담긴 세계에 대한 정보가 엄청나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파인먼은 디랙의 논문을 계속 넘기다 특정 단어가 나올 때마다 동작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유사체analogue라는 단어였다. “매우 간단한 양자 유사체가 존재한다”, “그것들은 고전적 유사체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이 모든 것의 양자 유사체가 어떠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파인먼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옐레에게 물었다. “물리학 논문에 유사체가 웬말이죠? A식과 B식이 유사하다analogous면 결국 똑같다는 이야긴가요?”
“아뇨.” 옐레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유사하다’는 말과 ‘똑같다’는 말은 의미가 달라요.” 파인먼은 칠판 앞으로 가 디랙의 논문에 나온 공식들을 쭉 적고 하나씩 하나씩 따지기 시작했다. 옐레의 말대로 그것들은 똑같지 않았다. 디랙의 논문에서 유사체라는 말은 ‘똑같다’는 뜻이 아니라 ‘비례한다’는 뜻이었다. 파인먼은 디랙의 공식에 곱셈상수를 추가하고 몇 개의 항에 값을 대입한 다음, 이 식 저 식을 넘나들며 옐레가 혀를 내두를 만큼 엄청난 속도로 계산을 해 나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의 눈 앞에는 매우 낯익은 방정식, 슈뢰딩거 방정식이 나타났다. 파인먼의 라그랑지안식 체계와 양자역학의 표준 파동함수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존재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