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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복지
· ISBN : 9788963571157
· 쪽수 : 214쪽
· 출판일 : 2011-11-10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역자 서문 / 머리말
서장 일본의 복지정치- 왜 문제인가, 어떻게 논할 것인가?
제1장 복지레짐과 고용레짐
1. 왜 복지레짐인가
2. 고용레짐이란 무엇인가
3. 복지레짐과 고용레짐의 연계
4. 일본의 복지·고용레짐
제2장 복지정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
1. 복지정치의 여러 차원
2. 이익동원으로서의 복지정치
3. 담론정치로서의 복지정치
4. 제도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5. 전후 복지정치의 3단계
제3장 1960·70년대의 복지정치 -고용레짐과 복지레짐의 형성과 연대
1. 복지레짐의 틀 형성과 담론
2. 고용레짐 형성
3. 복지레짐 확대
4. 복지·고용레짐과 정치적 대립축
제4장 1980년대의 복지정치 -복지레짐 삭감과 고용레짐 옹호
1. ‘일본형 복지사회론’ 담론과 마에카와 리포트
2. 복지레짐 삭감
3. 세제 개혁
4. 고용레짐의 균열 확대
5. ‘보이지 않는’ 이익유도로
제5장 1990년대 후반 이후의 복지정치 -고용레짐 해체와 복지레짐 재편
1. ‘구조개혁’시대
2. ‘지나친 평등사회론’과 ‘격차사회론’
3. 고용레짐의 동요와 귀결
4. 복지레짐 재편Ⅰ-억제와 삭감
5. 복지레짐 재편Ⅱ-보편주의적 개혁
6. 복지레짐 재편의 험로
종장 생활정치의 가능성 -분열의 정치를 넘어서
1. 분열의 정치
2. 새롭게 직면하는 생활의 어려움
3. 생활정치와 새로운 정치적 대립축
4. 복지정치의 쇄신?
맺음말 /참고문헌 /독자를 위한 추천 도서/색인
책속에서
3중 구조 해체와 정권교대
지금까지 일본은 사회보장 지출을 억제해오기는 했지만 고용보장이 잘 이루어져 사람들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었다. 이러한 생활보장 형태를 관료주도의 ‘3중 구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관료제가 자민당 족의원과 하나가 되어 업계나 회사를 보호해주고, 회사는 남성생계부양자의 고용을 보장해주고, 남성생계부양자는 아내와 자식을 부양하는 3중 연쇄 체제였다.
그런데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재원이 고갈되어 가면서 더 이상 관료제는 업계를 보호할 수 없게 되었고, 업계나 기업도 남성생계부양자의 고용을 지켜줄 수 없게 되었다. 관료주도의 ‘3중 구조’가 각 방면에서 기능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1990년대 중반이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사업을 보면, 1996-2007년 기간에 공적 고정자본 형성의 GDP비율은 6.4%에서 3.2%로 반감했다. 신자유주의적인 고이즈미 구조개혁은 이런 흐름을 가속시켰고, 사람들의 생활에는 격차와 빈곤이라는 그늘이 드리워졌다.
결국, 남는 것은 심각한 행정불신 그리고 그것과 같은 정도로 심각한 생활불안이었다. 행정불신과 생활불안은 임계점을 넘어섰고, 거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자민당 세습정치가들의 어이없는 실책들이 겹치면서 자민당 정권이 무너지고, 2009년에 민주당 정권이 탄생했다.
민주당은 통일된 비전으로 뭉친 정당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집권에 대한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었고 여론에 대해 민감했다. 민주당의 과제는 관료주도의 ‘3중 구조’가 해체되는 상황 속에서 나타난 행정불신과 생활불안에 대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탈 관료’와 ‘생활 제일’이 동시에 제창되었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적 계보와 사회민주주의적 조류가 동거하는 정당으로 신자유주의적 계보는 ‘탈 관료’를 강조하고 사회민주주의적 계보는 ‘생활 제일’에 역점을 두었기에 두 세력은 적절하게 분업 상태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인가?
그러면 ‘탈 관료’와 ‘생활 제일’을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재량적 행정 경유를 최대한 피하면서 각 가구에 직접 현금 급여를 함으로써 가능하다. 그것은 2009년 선거에서 현금 급여를 중시한 민주당 매니패스토로 결실을 맺었다.
관료주도의 ‘3중 구조’가 기능부전에 빠져 각 가구에 생활 자원이 충분히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자녀수당과 같이 직접적인 배분을 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집권 민주당은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공사업의 예산 삭감을 추진하여 18%를 삭감하였다. 결과적으로 일반 세출 예산 54조 엔 중에서 사회보장지출이 27조 엔을 점하게 되었다.
더욱이 민주당은 2009년 정권교대 시에 매니패스토에서 월 26,000엔의 아동수당을 약속한 바 있다.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일본과 달리 아동 수에 따라서 증액되는 차이점은 있지만) 독일의 154유로(약 2만 엔), 스웨덴의 950크로나(약 1만 2,300엔)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일본은 이로써 복지국가라 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인식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인가라는 점이다.
독일의 예를 생각해보자. 최근 독일은 동일한 자녀 양육 지원과 관련된 현금 급여에서 육아 휴업 수당을 소득비례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종래 독일에서는 육아 휴가 기간 중에는 소득조사를 하여 일률적으로 300유로의 ‘양육 수당(Erziehungsgeld)’이 2년간 지급되었다. 독일 정부는 2006년부터 이것을 소득비례방식으로 전환하여 종전 소득의 67%, 월 1,800유로를 상한으로 하는 ‘부모 수당(Elterngeld)’을 도입했다. 이것은 일을 하고 있고 소득이 있는 부모가 아이를 낳아 키울 때 유리해지는 체계이다. 또한 독일 정부는 2004년에는 ‘주간 보육 확충법’을 제정하여 15억 유로를 투입하여 자치단체가 3세 이하 아동에 대해서 충분한 보육 환경을 제공하도록 의무화 했다. 2007년 5월에는 2013년까지 보육소 수를 가정보육소를 포함하여 3배로 늘려서 75만 개소를 확대할 것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일본의 보육소 대기 아동 수는 불황으로 여성의 취업이 늘어나면서 4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하는데, 후생노동성 조사에 의하면 6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구 중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보육소가 있다면 맡기고 싶다는 가구가 85만 가구로 추계되었다. 그런데 적어도 현 단계의 민주당 정권의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아동 수당이 후생노동성의 2010년 개산 요구의 중핵에 위치해 있는 것에 반해서 보육소 대기 아동 해소 문제는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요구 사항에 머물렀다. 보육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옥외 놀이터 설치나 보육사 배치인원 등 보육소의 설치허가 기준을 완화시켜 보육소 증설을 기대하는 방향이 제시되었다. 민주당 정권은 행정 비대화를 우려하여 공공 서비스 확충에 신중한 입장이어서 현금 급여를 우선하는 발상이 여전히 강함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어머니들을 취업시킴으로써 복지국가를 지탱할 과세 기반을 확대하는 형태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일본의 복지국가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공공 서비스를 통해서 취업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직업훈련을 둘러싼 딜레마
완전 실업률이 5.4%로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는 실업자에 대한 직업훈련 등의 휴직 지원과 그 기간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 점에 관해서도 민주당 정권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매니패스토에서 고용보험의 수급기간이 끊어졌거나, 애초부터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던 비정규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제2 안전망’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즉, 그러한 사람들이 생활보호에 의지하기 전에 직업훈련을 받는 조건으로 하여 한 달에 10만 엔의 소득보장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2005년부터 ‘구직자 기초보장’이라 불리는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여 직업훈련을 받는 것 등을 조건으로 한 소득보장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는 공적인 직업훈련을 포함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지출이 GDP대비 0.3% 정도로 독일의 3분의 1, 스웨덴의 4분의 1 수준이었다(2005년). ‘보호의 연쇄’를 통한 고용보장이 붕괴된 이상 가족에 대한 지출 증액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다른 선진국 정도의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 하에서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과 소득보장이 균형 있게 연계될 전망은 서지 않았다.
지속가능한 생활보장을 위해서는 현재 문제가 있더라도 직업훈련 등 공공 서비스 제공체제를 정비, 쇄신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정권은 단순한 관료제 비판에서 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개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생활보장은 관료지배, 족의원 발호, 남성생계부양자 중심의 가족상 등 여러 문제를 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 가지 이점은 있었다. 그것은 고용을 축으로 한 생활보장이었다. 일본적 경영의 장기적 고용관행이든, 지방 공공사업이든, 사회보장 그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를 안정시켰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또한 관료주도의 ‘3중 구조’ 해체는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현금 급여에 과도하게 편중된 생활보장으로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결과를 만들면 안 된다. 고용의 안정이야말로 생활의 안심을 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지게 하는 접점이다. ‘마구잡이식 살포’를 회피하면서 고용을 축으로 한 생활보장을, 관료주도의 ‘3중 구조’로부터 분리시키면서 어떻게 계승할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물론 옛날처럼 남성생계부양자가 같은 회사에서 정년까지 계속 근무하는 형태로서의 고용보장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서비스산업 확대와 IT기술혁신에 의해 안정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고용은 불안정해졌고 파편화되었다. 따라서 사회보장이 고용을 지탱하는 방법도 변할 수밖에 없다. 기간이 한정된 고용을 직업훈련이나 생애교육으로 이어가고, 보육서비스로 젊은 어머니를 노동시장과 연결시켜주거나 저임금에 대해서는 세금 공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을 지금 이상으로 고용과 일체화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