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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88963650890
· 쪽수 : 163쪽
책 소개
목차
이 책을 읽는 분에게·7
등장인물·12
제 1 막·15
제 2 막·35
제 3 막·59
제 4 막·98
제 5 막·115
작품 해설·140
작가 연보·159
책속에서
스너우트 : 우리들이 연극을 하는 밤에 달은 있나?
보 톰 : 달력, 달력! 일 년 달력을 보고 달이 뜨는지 여부를 조사해 보자.
달을 찾아라, 달을 찾아라!
퀸 스 : 그날 밤 달은 있다.
보 톰 : 그렇다면 연극을 하는 홀의 창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돼. 달빛은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올 것이다.
퀸 스 : 그렇잖으면 누가 덤불가지 다발과 등잔을 들고 들어오면 돼. 그러고 나서 ‘나는 달님으로 분장한 배우입니다’라고 말하면 안성맞춤이지. 또 한 가지 있어. 홀 안에 담이 있어야 해. 줄거리에 의하면 피라므스와 시스비는 갈라진 담의 틈새를 통해 얘기를 나누거든.
◎ 저자 서문
《셰익스피어 4대 희극》에 수록된 <한여름 밤의 꿈>이 범우사에서 간행된 해가 1997년이다. 이 작품의 번역은 이보다 훨씬 앞서 1986년 당시 연극협회 이사장이던 김의경 씨가 영국의 연출가 패트릭 터커를 초청해서 무대에 올리려고 나에게 일을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극의 일은 급하고, 바쁘고 서둘게 된다. 나의 번역 일도 시간에 쫓기며 하는 일이었다. 셰익스피어 일을 이렇게 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무모하고 야만스럽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일은 그럭저럭 마무리되고 공연도 무난히 끝났다. 연출가의 실력이 워낙 좋았고, 우리나라 말을 모르는 외국인이라 언어의 문제가 그리 까다롭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늘 미진한 생각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연극평론 일과 학교 일로 이 일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범우사에서 걸려온 전화벨이 울렸다. 번역서를 내자는 요청을 받고 나는 이 작품 첫번째 대본에 개역과 교정을 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되고 마침내 무거운 짐을 내리며 한 숨 돌리게 되었다.
셰익스피어 번역의 주기는 10년이 이상적이다. 10년이면 언어가 달라진다는 것이 어문학자들의 주장이기에 번역본은 그것을 고비로 새롭게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이다. 문제는 우리의 일상 언어가 달라지는 것만이 아니고, 읽으면 읽을수록 언어적 해석이 달라지고, 더 좋은 묘안이 떠오르기도 하며, 배우의 발성에 도움 되는 연결과 휴지의 기발한 발상이 불쑥 생각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책 펼칠 때마다 나는 자꾸만 고치고 싶어서 몸살 난다. 개역의 기회를 학수고대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읽고 번역하고 고치는 일은 늘 어렵다. 왜냐하면 셰익스피어는 읽으면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은 음악과 춤과 대사가 달빛이 되고, 숲이 되는 환상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이 화합하고, 가능과 불가능이 자리를 바꾸는 사랑의 축제이기에 상상력 속으로 미친 듯 빠져 들어가야 한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초창기 희극의 실험적 모색기를 지나서 낭만적이며 철학적인 성숙기로 향하는 길목에서 거둔 수작이다. 무궁무진한 언어의 희롱 속에서 웃고 즐기면서 이중 삼중의 의미가 숨어 있는 저변底邊의 진의를 건지는 수확이 없으면 개역과 교정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반죽을 하면 할수록 탄력이 생기는 일은 이 일을 두고 하는 말인가.
범우사에서 셰익스피어 책을 내면서 꽤 세월이 흘렀다. 놀랍고 반가운 것은 꾸준히 셰익스피어 책을 낸다는 사실이다. 이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하철서도 읽을 수 있는 셰익스피어 문고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윤형두 회장과 나눈 적이 있는데, 어느 새 《한여름 밤의 꿈》이 희곡선 작은 판형으로 나왔다. 이 일은 범우사 편집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제 전철에서, 공원에서, 길에서, 로비에서 햄릿이 호주머니에서 얼굴을 내밀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방에서 나와 키스를 하며, 헬레나와 허미아가 안주머니에서 바깥주머니로 가다가 만나고, 리어왕이 뒷주머니 핸드폰에서 코델리아를 안고 나오는 드라마가 일상의 그림이 되는 날이 눈앞에 오고 있는 듯하다.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