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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63711614
· 쪽수 : 464쪽
책 소개
목차
4부 운명의 날, 그 이후
첫 번째 주: 공주님 _13
두 번째 주: 산 사나이 _32
세 번째 주: 방랑자들 _52
네 번째 주: 예언자 _83
여섯 번째 주: 고등 법원 _134
아홉 번째 주: 조직 속의 인간 _145
여행의 끝 _179
망명자의 이야기 _212
마법사 _251
원정대 _259
소모품 _317
죽음의 계곡 _352
여파 _384
최후의 결정 _415
에필로그 _455
역자 후기 _461
책속에서
“만약 사람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다면…….”
의사는 후커가 생각에 잠기도록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의사는 아마 계속 떠들 것이다. 그의 얼굴은 쭈글쭈글했고 구역질을 참는 듯했다. 개자식, 입 좀 닥치지?
“만약 정말 사람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다면 반드시 건강한 놈으로 골라야 합니다. 제일 빨리 앞장서서 달아나고 가장 강하게 반항하는 놈 말이오. 하지만 잡히는 놈은 언제나 병든 놈이지. 병든 고기를 먹으면 당신도 병이 들 거요. 아픈 사람을 먹느니 병든 짐승을 먹는 게 훨씬 낫소.”
“닥쳐, 이 돌팔이야. 우리가 왜 죽었는지는 당신도 알지 않나. 당신이 제대로 된 의사가 아니라서 그들이 죽은 거야. 당신은 돌팔이야.”
“물론이오. 그리고 제대로 된 의사를 찾는 순간 나는 냄비 속에 들어가겠지.”
“도대체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하비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처음에는 용감한 비결을 말해보라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자신은 용감하지 않다는, 겁쟁이라는 의미가 된다. 하비는 단어를 한참 고른 후 말했다.
“……의지가 굳은 거요?”
마리는 땅을 파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가지고 있던 마지막 다이너마이트 한 자루를 매설하다가, 시에라 산맥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아들이 저기 있어요. 우리가 저들을 막지 못하면 누가 막겠어요? 이유는 그걸로 충분해요. 다이너마이트 좀 이리 줘요.”
하비는 뭔가에서 달아나듯 달렸다.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만약 목격한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면 즐거움 대신 슬픔을 느낄 것이다. 전투가 벌어졌던 계곡에는 모든 연령대의 남자, 여자, 소녀, 소년들이 폐가 망가진 채 기어 다니면서 쌍안경으로도 보일 만큼 선명한 핏자국을 남겼다. 자비로운 어둠이 대지를 덮어주기 전까지 계속해서 말이다. 해머 충돌과 세계의 종말로부터 살아남았던 자들이 그렇게 죽어갔다.
“하비, 그들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어요.”
“당신도 마음에 걸리오?”
“아주 조금.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어요! 우린 이겼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