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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89571964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7-01-03
책 소개
목차
용어 해설…… 9
제1부 용병들…… 11
제2부 우주선…… 75
제3부 틸라라…… 121
제4부 십자로…… 167
제5부 타마에르손…… 207
제6부 전쟁 지도자…… 241
제7부 학자들…… 301
제8부 예니체리…… 347
에필로그…… 383
역자 소개…… 400
리뷰
책속에서
목소리가 예고한 시간은 정확했다. 릭의 손목시계로 네 시간 오 분이 경과했을 때 다시 경보음이 울리더니 몸을 고정시키라는 지시가 들렸다.
이번에는 무중력상태가 되는 일은 없었지만, 가속은 짧고 날카로웠고, 간헐적인 주기를 두고 되풀이되었다. 이 주기 사이마다 중력이 변화했다. 마지막으로 의자에서 마룻바닥으로 뛰어내린 정도의 약한 충격이 왔다. 곧 가속이 멈췄다.
체중은 원래보다 가벼워진 상태였다. 그것도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대로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놀라서 방을 둘러본 릭의 머릿속에 어떤 엉뚱한 의심이 떠올랐다. 부하들은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고 있었다. 겡그리치 병장이 호주머니에서 주의 깊게 실탄을 한 발 꺼내더니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것이 천천히 낙하하는 것을 관찰했다.
약 6분의 1의 중력이군, 하고 릭은 생각했다. 이제는 그 사실을 무시할 수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숨길 수도 없었다.
겡그리치가 제일 먼저 소리쳤다. “하느님 맙소사, 우린 달에 와 있어!”
“당신은 자발적으로 이곳에 왔소?”
그녀로서는 곤란한 질문이었다. TV 스크린이 양 방향으로 작동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몸에 두른 침대 시트를 제외하면 알몸이었다. 그녀는 스크린에 나타난 적동색의 윗옷을 입은 사내와 말하기 위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레스는 몸의 일부만 가린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마치 걱정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뭘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그웬은 생각했다.
“네, 자발적으로 왔습니다. 레스가 함께 와달라고 했어요. 신기하고 이국적인 세계로 갈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럼 자발적으로 우주선에 탑승했다는 말이군.” 스크린 속의 사내가 말했다. “당신이 사라졌다고 걱정할 사람은 있소? 당신이 행방불명이 된 후 경찰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다거나 해서 일이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주말여행을 다녀오겠다는 메모를 남겨 뒀거든요. 주말이 지난 후에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걱정이 돼서 경찰을 부를지도 모르지만.”
“경찰은 아마 당신이 살해당한 것으로 간주할 거요.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오.”
스크린의 영상이 사라졌다.
“이걸로 끝이야.” 레스가 말했다. 안도하는 것 같은 눈치였다.
왜 안도하는 것처럼 보일까. 그리고 뭘 걱정하고 있었던 걸까.
이제 화살은 비오듯 쏟아지지는 않았다. 그러는 대신 궁수들은 개개의 목표를 노리기 시작했고, 아직도 말에 탄 자들을 쏴 떨어뜨리고 적을 불타는 관목 속에 고립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산길은 고통과 공포의 절규로 가득했다.
틸라라는 입을 꽉 다물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안장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 광경을 보고 기뻐해야 마땅했다. 눈앞에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자들은 그녀의 남편을 살해한 자들이 아니던가. 그들의 고통은 그녀의 즐거움이 아니던가.
그러나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그녀가 느끼는 것은 구토감과 공포뿐이었지만, 이 감정을 그녀 주위에서 함성을 지르고 있는 부하 병사들에게서 숨겨야 했다. 살육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그녀의 마비된 듯한 마음에 떠올랐다. 전투는 앞으로도 몇 주 동안이나 계속될 것이다.
말이 저렇게까지 비명을 지를 줄은 몰랐어. 병사들이 죽으리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말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어.
그녀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구토감을 느끼면서도 매료된 듯이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