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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복지
· ISBN : 9788964362891
· 쪽수 : 290쪽
· 출판일 : 2025-09-30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옮긴이의 말
흙을 파먹다
마사루의 환청
공동 주거
관리가 아니라
베델의 얼굴
고민하는 교회
그대로도 괜찮다
겐짱의 전화
장사를 하자
'베델의 집'의 생명
터를 닦다
마을로
'베델의 집'의 책
지금의 행복
SST
떨어져볼까?
고생이 가득 차 있다
즐거운 분열병
등불을 밝히다
마성의 여자
병에 대한 센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일
고고한 전사
분열병의 진실
절망에서
후기
주석
책속에서
자립이나 사회 복귀는 대부분 이른바 정상인이 주창하고 계획하며 추진하는 것이 아닐까? (...) 조금이라도 정상인에게 다가가는 것, 병을 치료하는 것, 환각이나 망상을 없애는 것, 훌륭한 사람이 되어 의젓하게 제 몫을 하는 것, 그런 이미지가 정착되어 있다. 그러한 모든 것은 "병에 걸려서는 안 된다", "지금 이대로의 당신이어서는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질리도록 발산하는 것이 아닐까? (...) 많은 사람들이 평생 이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병을 고치라, 정상인이 되라, 이런 말을 계속해서 듣는 것은 그 사람이 평생 "지금의 당신이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계속 듣는 일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 병이 있든 없든 "그대로도 괜찮다"는 생활 방식도 있지 않을까?
충돌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거기에는 어느새 느릿하고 불확실하며 변덕스럽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은 결코 강고한 연대로 지탱된 장도, 명석한 이념으로 지탱된 장도 아니었다. 그저 약한 사람이 그 약함을 유대로 연결된 장이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누가 정한 것도 아니고 또 목표로 한 것도 아닌, 처음부터 변함없이 관통해온 하나의 원칙이 있었다. 결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뒤처진 채 따라갈 수 없는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는 생활 방식이다. 애당초 그들 안에는 배제라는 말이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여러 겹으로, 그리고 몇 번이고 이 사회에서 배제되어 밀려난 사람들이었으니까. 서로가 더 이상 밀려날 수 없는 사람들의 무리가 약함을 유대로 연결되어 결코 배제하지 않고 또 배제당하지 않는 인간관계를 만들어왔을 때, 거기서 나타난 것은 한없는 평등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관계였다.
저는 어떤 분한테서 행복이라는 것은 뭘까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행복이란 '지금 기쁘고', '지금 즐거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정신장애라는, 전혀 바라지 않았던 이 현실과 마주하면서 또한 행복해지려고 생각한다면, 사회 복귀를 위한 종합적인 치료와 훈련을 받아 좋아지고, 다시 말해 치료를 받아서 낫고 일자리를 찾아 일하고, 만약 이런 것이 행복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수많은 정신병자들은 행복이라는 건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장애인만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들 '서로 마찬가지다'라는 감각을 가질 수는 없을까, 병을 치료하는 것에만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함께 생활하며 살아가려는 데서 좀 더 넓은 눈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는 없을까, 하고 말이다."같이 해보자고, 서로 배워보자고, 서로 교육해보자고, 저는 옛날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도 친절함도 없어진 의사가 되었습니다. 장애인이 이 세상에서 행복을 붙잡기 위해서는 말이에요, 특히 제 배려나 선의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되며, 그런 쓸데없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그런곳에 (환자를) 가둬두고, 갑갑하고 옹색한 곳으로 몰아넣는, 그리고 그런 일을 하는 자신도 (역시) 막다른 지경으로 몰아넣는 일에서 졸업하고 싶다는 것이 지금 가장 마음을 써서 하고 있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