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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65132950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4-07-08
책 소개
목차
1부. 현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왔다.
2부. 무기력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 불행의 원인이 내가 아니라는 핑곗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3부. 변화
-그동안 숨어 지낸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면 좋겠다
4부. 어른의 관문
-어쩌면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일들을 해야 할 때 인지 모른다
-충동적인 꿈들, 희미한 예술적 추구,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허송세월
-그러나 나는 부끄러웠다. 그녀가 사라진 건 내가 받은 벌이었다.
-“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까봐 두려워.”
리뷰
책속에서
나는 비정규직 세대다. 졸업하자마자 바로 일자리를 찾는 건 비행기에서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는 것만큼이나 무모하다는 사실을 나는 금세 깨달았다.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까지는 아직 거쳐야할 단계가 많았다. 시장에는 나 같은 대졸자들이 차고 넘쳤다. 그러다보니 기업에서는 “수습이나 하면서 입 닥치고 있어.” 하고 배짱을 부렸다. 2000년대에 기업들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노예계약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산타 할아버지가 짠하고 나타나길 기대하는 내 또래 젊은 백수들처럼 나도 금세 체념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당분간은 그럴듯한 일자리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니 갭에서 스웨터를 개거나 빅맥을 팔면서 돈을 벌든지 공부를 계속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빌어먹을 공부를 택했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나서 나는 있지도 않은 정규직 일자리를 위한 발판을 다지려고 먼저 수습직을 구하기로 했다. 무슨 일자리? 난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냥 무슨 시위 행렬을 따라가듯 공부를 계속 했을 뿐이었다. 나는 졸업하고 나서 무슨 일을 할지 생각도 해보지 않고 그냥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왔다.
-본문 중에서
인생을 살면서 꼭 뭔가를 해야 할까? 그게 내 마음속 딜레마였다. 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확고한 생각과 명확한 목표를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쳤다. 반대로 야망이 없는 나는 비정상이었다. 자기 성찰은 더 이상 유행이 아니었다. 이 시대는 벽으로 돌진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전진만을 강요했다. 성장하지 않으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들 말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바로 그거였다. 성장하지 않는 것. 물론 나는 사람들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성장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잘 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과 일, 가족 그리고 그 밖에 내 게으름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다른 일들이 필요했다. 비둘기 똥이 내 어깨 위로 떨어졌다. 그걸 보고 있으니 내 일상을 지배하는 방정식이 떠올랐다. 현재의 내 삶은 똥이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노력이나 의무와는 동떨어진 채, 매일 텔레비전 앞에서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 작은 창을 통해 맞서기 두려운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본문 중에서
그게 정해진 원칙이었다. 모노폴리 게임을 할 때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럼 나는 그동안 뭘 하고 지냈을까? 그런 질문을 받게 될 것 같았다. 내가 간단히 계산한 바에 따르면,
-천 시간 넘게 잠을 잤다.(낮잠 포함)
-텔레비전 앞에서 500시간을 보냈다.(뮤직비디오, 광고, 드라마)
-책 34권을 읽었다.(전부 포켓판)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272번 자문해 보았다.
-20시간 동안 자위를 했다.(물론 여러 번에 나눠서)
-본문 중에서
우리 모두 미래를 두려워하는 점은 같았다. 우리는 인생에서 성공한다는 것의 의미를 몰랐고 어린 시절의 이상만 키워나갔다. 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고 브뤼노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브뤼노도, 나도 용기도 없었고 그런 역량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 했던 건 성장하기를 거부하고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니 나는 갑자기 브뤼노는 자신이 원하는 걸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행복하지 않았던 브뤼노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다. 상상의 어둠과 뿌연 연조 효과에 질력이 난 브뤼노는 구체적인 것, 실용적인 것, 가시적인 것, 번쩍거리는 것, 다시 말해 급여를 원했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파리의 지붕이 저물어 가는 태양 아래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브뤼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부럽다고 말했다. 내가 브뤼노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중에서
“행복하게 살자. 숨어서 살자.” 이제 나는 그게 환상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안다. 이제는 방 밖으로 나가 세상과 맞닥뜨려야 할 때였다. 이제 날 위해 존재해야 할 때였다.
-본문 중에서
스테파니가 발코니에서 나의 추한 모습을 발견한 그날처럼 난 벌거벗은 기분이었다. 나는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연속극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나도 뻔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브뤼노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 내 소심한 태도 뒤로 자존심을 감추고 있었다.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나의 오만을 위한 알리바이일 뿐이었다.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불행의 원인이 내가 아니라는 환상을 계속 품고 있으려고 핑계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 내가 원하는 건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본문 중에서
교육은 엉뚱하거나 이상한 내용이 많았다. 우리에게 호흡하고 미소 짓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가르친다며 강사들은 전혀 다른 존재가 될 것을 강요했다. 어떤 강사는 말했다.
“여러분은 바오밥 나무예요.”
또 어떤 강사는 말했다.
“여러분한테는 귀밖에 없어요.”
또 다른 강사가 말했다.
“돌고래처럼 미소 지으세요.”
강의의 취지는 알겠지만 가르치는 방법은 좀 황당했다. 정체성에 혼돈을 주는 게 도대체 스트레스 관리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온갖 전문가들이 와서 합의 분석이라든가 소급 청취 등 이름이 복잡한 기술에 대해 강의했다. 그런 강의의 유일한 목적은 그냥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데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역할 놀이도 해야 했다. 우리는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고객이 한 말을 똑같이 옮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앵무새 역할을 맡은 여자는 기분이 상해서 말했다.
“저도 공부 할 만큼 한 사람이에요. 바보처럼 보이긴 싫다고요!”
“당신은 여기 물건을 팔러 왔지 생각하려고 온 게 아니에요.”
-본문 중에서
그것이 모두가 나에게 원하는 일이니 소매를 걷어붙이고 열심히 해볼 것이다. 우수사원 메달을 탈 때까지 열심히 일할 것이다. 언론사니 문학이니 다 개나 줘버리자.
나는 실행 불가능한 공약들을 남발하며 고객을 감언이설로 구워삶았다. 특별할인이니 무상보증이니 떠들어대며 ‘신용계약’이라고 불렀다.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판매수수료만 생각하며, 비단 장수만큼 교활한 인간이 되어갔다. 이렇게 변하는 데는 단 며칠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쓰레기였다. 하지만 행복했다.
-본문 중에서
그 사건은 날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나와는 전혀 닮지 않은 사람.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었고, 시간을 잘 지키며 진지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내 이름 대신 회사 이름을 말했다. 나는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 나는 회사의 일부였다. 나는 그 안에 통합되었다. 이제 돈 문제도 없었고 미래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었다. 나는 자동차를 팔고 있었다. 더 이상 아무도 믿지 않게 된 순간에 마침내 나는 동기라고 부르는 체념의 시기에 도달했다. 나는 돈을 벌었고, 어른이 되었고 부모님은 날 자랑스러워 하셨다. 드디어. 나는 생활비를 벌었다.
-본문 중에서
“네 아버지가 왜 널 뱀 취급했는지 알겠다.”
“왜?”“무슨 허물 벗듯 네 자신을 바꿔버리잖아. 어제는 게으름뱅이더니 오늘은 판매 왕이 되었어. 무시무시해. 넌 좀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전혀 아니었어. 조금도 특별할 게 없구나. 넌 속이 텅 빈 사람이었어. 넌 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그녀의 말이 백번 옳았다. 나는 처음으로 그 사실이 서글펐다.
-본문 중에서
부끄러웠다. 그녀가 사라진 건 내가 받은 벌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곳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 있었다. 내가 선택한 운명의 신호가 보였다. 그 이후로도 나는 사랑이 아닌 세일즈를 위해 살게 될 것 같았다. 그 두 가지가 내게 팔을 내밀었고 내가 무슨 말인가를 하기도 전에 나는 벌써 선택을 해버렸다.
-본문 중에서
나는 구역질이 나서 빙빙 도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나는 첫 번째 문으로 나가 바람을 쐬기로 했다. 비가 오고 있었다. 빗방울이 내 온 몸에 예리하게 스며들었다. 그 아픔에 놀라서 달려보기로 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을 찾으려던 생각은 오히려 온몸을 젖게 만들었다. 내 확신도 물에 빠진 듯 갈피를 못 잡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다. 평범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위선이 나를 붙잡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지만 나 자신은 속일 수 없었다. 돈, 사랑, 가족, 사실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나는 다만 다른 무언가를 원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알 수 없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