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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68176029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18-02-28
책 소개
목차
서문?: 대구 사람들의 창조적인 힘이 발현되기를
제1장 신앙을 위해 죽고 예술을 위해 살다
성 이윤일 요한의 종교적 오디세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 ‘대구 사람’이 되다
이장희 시인, 자유로운 영혼과 섬세한 감각적 이미지
고갱의 별, 이인성 화백
대구가 낳은 음악가들
대구의 영화감독들
제2장 식민지 대구, 친일과 독립의 경계에 서다
현계옥의 삶과 사랑
대구 아나키스트 신재모
대구 친일파의 수장, 박중양
제3장 지금 여기, 살 맛 나는 세상을 꿈꾸다
키다리 아저씨
대한민국의 땅을 지키는 대구의 조지스트(Georgist)
일본군위안부역사관 <희움>과 더불어 희망을 꽃피우는 사람들
한 인문학자가 경험한 대구의 공부모임들
대구의 호모 부커스(Homo Bookers), 사람무늬(人文)로 접속하다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 저자서평
대구 사람들의 창조적인 힘이 발현되기를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에서 두 번째 책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책에서 우리는 대구를 안주로 삼아 대구의 공간에서 발생했던 인물, 사건, 음식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번 책에서는 특별히 대구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수다를 떨었습니다. 대구의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되, 이번에도 우리는 학문의 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헐렁한 수다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자본주의 속도 경쟁에서 벗어난 헐렁한 수다가 창조적 발상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대구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 성찰하고, 그들의 삶에서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해 주는 희망을 발견하고자 했습니다. 인문학은 행복하면서도 새로운 삶을 만드는 가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 책에서 대구에서 다양한 형태로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어떠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에는 종교계 인사, 시인, 화가, 음악가, 영화감독, 독립운동가, 무명의 기부자, 학자, 위안부 할머니, 독서모임의 참여자, 심지어 친일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각 지역의 특성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을 통해 발생해 왔습니다. 외래문화 수용에 용이한 항구도시 리버풀 출신의 네 사람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다양한 노래를 창조해 냅니다.(비틀즈) 삭막한 공업도시 버밍엄 출신들은 무겁고 단순한 반복 리듬을 사용한 헤비메탈의 문법을 개척해 냅니다.(블랙 사바스) 우리는 이러한 사실들을 기억하고 그렇다면 대구 사람들에게서는 어떠한 새로운 창조적인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했습니다. 인문학자들의 눈을 통해 발견되는 대구 사람들의 창조적인 힘이 무엇인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의 세계로 들어와 보기를 바랍니다. 그곳에서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새로운 가치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는 과정에는 항상 어려움이 동반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인문학을 통해 협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인문학협동조합이 지닌 협동의 가치가 구현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출판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협동의 가치를 놓치지 않고 책의 출판에 참여해 준 조합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책의 출판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형태로 책의 출판에 도움을 준 조합원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에서 벌이는 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의 세계 속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2017년 12월 29일
여러 필자를 대신하여 류동일이 쓰다
기억의 장소, <관덕정순교기념관>
대구 시내 반월당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앞에 서서 길 건너를 쳐다보면 갑자기 눈에 띄는 건축물이 있다. 현대식 건물들 사이로 우뚝 선 하얀 돌 벽과 그 위에 놓인 단아한 전통적인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 건축물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면 돌 벽 오른편에 <관덕정순교기념관>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또한 벽을 따라 계단 쪽 출입구로 눈을 돌리면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한 중년 남자의 청동상이 보이는데, 그는 가슴에 십자가를 꼭 잡고 있다. 그 청동상 아래에는 <성 이윤일 요한>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윤일 요한이란 사람이 이 청동상의 주인공인 듯하다. 그는 누구일까? 그는 여기에 서서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 그의 청동상이 <관덕정순교기념관> 앞에 자리 잡고 있는 걸로 봐서 그가 순교자, 즉 종교적 신념을 위해 목숨을 내 놓은 인물임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관덕정은 어떤 곳일까 궁금해진다.
<관덕정순교기념관> 앞에 서 있는 청동상의 주인공 성 이윤일 요한은 대구 관덕정에서 1867년 1월 21일 흥선 대원군에 의해 행해진 천주교 박해인 병인박해 시기에 참수된 순교자로서,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 여의도에서 천주교회의 ‘성인(聖人)’으로 추대된 인물이다.
그는 한국천주교회의 103 위 성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대구에서 순교한 성인이며, 대구 천주교인들이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두 번째 수호자로서 공경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성 이윤일 요한을 위시해서, 조선 시대 말기 여러 차례에 걸친 천주교 박해들을 통해서 대구에서 순교한 이들을 현양하기 위해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설립한 기념관이 바로 현재의 <관덕정순교기념관>이다.
이 기념관에는 성 이윤일 요한의 유해를 포함해서 수십 명의 순교자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으며, 그 외에 흥선 대원군이 세운 척화비 및 한역서학서와 대구대교구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측면 돌 벽의 인상적인 부조(浮彫, 돋을새김)는 순교자를 묘사하고 있다.
조선 시대 천주교인들이 순교한 장소이자 그들의 순교를 기억하는 공간인 <관덕정순교기념관> 이름에서 ‘관덕정’은 무엇을 뜻하고 그들은 왜 하필 관덕정에서 순교했을까?
대구 ‘관덕정(觀德亭)’은 조선 시대 영조 25년(1749)에 세워진 건물로서 대구 읍성의 남문이었던 <영남제일문> 밖에 위치했다. 이곳은 원래 ‘관덕당(觀德堂)’으로 불렸는데, 무과(武科) 시험이 행해지거나 군사들이 활쏘기와 같은 군사 훈련을 하던 장소였다.
‘관덕(觀德)’이라는 이름은 ‘덕행(德行)을 보게 된다’는 의미로서, 활쏘기를 할 때 마음이 바르고 곧아야 활과 화살을 안정감 있게 잡아서 과녁을 맞힐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관덕정’은 군사 훈련 장소일 뿐만 아니라 경상 감사의 명에 따라 형벌을 선고받은 이들에게 형을 집행하는 ‘형장’이기도 했다. 여기서 조선 왕조 말기에 동학 교조였던 최제우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천주교인들이 처형되기도 했다.
현재 <관덕정순교기념관>이 서 있는 장소는 원래 관덕정이 있던 곳이 아니었다. 과거의 관덕정은 지금의 <동아쇼핑> 근처에 위치했던 것으로 보이며, 현재의 기념관은 과거 관덕정 앞에 흐르던 대구 천을 넘어서 남쪽의 아미산 쪽으로 이동한 위치에 세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구 관덕정에서 순교한 성 이윤일 요한은 사실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출신으로 따진다면 원래 ‘대구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대구 관덕정에서 순교하면서 그는 대구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고, 이로 인해 그는 소위 ‘대구 사람’이 되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 ‘대구 사람’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