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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1998267
· 쪽수 : 460쪽
· 출판일 : 2017-10-19
책 소개
목차
제1부
감옥소
이야기는 이야기다
박달
지옥문
선봉에 서서
사일삼
척양척왜
사경을 헤매다
미치도록 복수하고 싶건만
다시, 미치도록 복수하고 싶건만
재판소 가는 길
치하포란 전쟁터
속전속결
질문 하나
제2부
먹이 피라미드
조율재처
죄수들
오랫동안 버텨 주라
의연함에 대하여
사형수
도망자
때 이른 불행
하늘같이 받들다
제3부
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봉우리들
첫 수업
배우고 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가비집에서 생긴 일
벌방
도둑처럼 날아들다
죽음의 행진
사형 집행
제4부
감옥소
사형이 중지된 다음 날
어떤 제안
겨울, 선착장
쾌남자
개죽음
담판
삶은 다른 곳에
탈옥
에필로그: 철혈남아
작가의 말 / 김탁환
작가의 말 / 이원태
리뷰
책속에서
질문 하나
“하나만 묻자. 왜놈을 죽인 뒤 왜 벽에 주소를 적어 두고 돌아와 기다렸지?”
김창수가 담담히 답했다.
“의병장으로서……”
말허리를 잘랐다.
“그렇게 죽고 싶어?”
고개를 돌려 김창수의 두 눈에 깃든 어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김창수도 영달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까마귀 한 마리가 머리카락을 스칠 정도로 아주 낮게 날아 숲으로 들어갔다. 영달은 허리를 숙였지만 김창수는 그대로 선 채 고개를 다시 돌려 이미 이승을 떠난 외국인들의 무덤을 살폈다. 어둠이 밀려들었다.
비석에 새겨진 글자와 숫자들이 어둠에 잠겨 사라졌다.
“미치도록 복수하고 싶은 적 있소?”
“복수?”
“복수하고 싶은데, 번번이 실패한 적은?”
영달은 자신에게 낡은 목선을 속여 판 선주를 떠올렸다. 강화도 투전판에서 그를 붙잡았고 손등을 박살냈을 뿐만 아니라 인천 감옥소에서도 여러 차례 두들겨 팼었다. 선주는 옥사했고 영달은 살아남았다.
“복수를 하려고 절벽 끝까지 갔었소. 거기까지만 간 것도 용감했다고 이제 그만 돌아오라더군. 나는 절벽에서 허공을 향해 횡으로 뻗은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섰다오. 그 나무에서 가장 마지막 가지에 매달렸소. 두 팔은 물론이고 허리까지 팽팽하게 당겨졌소. 그리고 그 손을 놓았지. 되돌아올 기회가 남은 데까지만 가는 건 비겁한 것이오. 살고 죽고는 내 문제가 아니오. 나는 복수하고 싶었소. 그리고 마침내 내 식대로 성공한 게요. 개항 이후 우린 늘 양이와 왜국에게 당하기만 했소. 조선에도 복수를 꿈꾸고 복수에 성공하는 사내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래서 해치워 버린 게요. 내가 달아나면, 왜인의 돈을 노리고 저지른 강도짓이 되고 만다오. 붙잡힌다면, 재판을 받을 테고, 그 자리에서 난 왜국과 양이가 조선에 저지른 범죄 행각을 낱낱이 밝히고 싶었소. 해주 감영에서 고문을 받으면서도 나는 한마디도 불지 않았소. 적어도 인천항 재판소 정도는 되는 곳에서, 왜국과 양이의 외교관과 장사꾼이 모인 자리에서 주장하고 싶었소. 너희들이 저지른 악행을 하나도 잊지 않고 있다고. 계속 우리를 능멸한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부 갚아 주겠다고. 복수하겠다고.”
확신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