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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지/출판 > 출판/편집
· ISBN : 9788971999929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0-01-28
책 소개
목차
머리말 9
R1 파랑새, 파랑새를 찾아서 15
『파랑새』,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R2 시 쓰며 일하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27
『일하는 아이들』, 이오덕 엮음
R3 오래된 교과서와 ‘오감도’ 40
『대학작문』, 서울대학교출판부 지음 / 『이상』, 김용직 엮음
R4 자신 앞에 남은 생 51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R5 손찌검이 가져다 준 선물 63
『한국가곡 161』, 세광출판사 편집부 지음
R6 전집 시대의 종말 69
『세계의 문학 대전집』, 동화출판공사 엮음
R7 ‘아무도 아닌’이라 쓰인 글자를 보고 읽는 열세 가지 방법 79
『월리스 스티븐스 시 선집』, 월리스 스티븐스 지음
R8 현실 직시, 어쩌면 비행접시 기다리기 88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R9 기억의 고고학 100
『<30주기 특별 기획 이중섭전> 도록』, 호암갤러리 지음 / 『이중섭 평전』, 최열 지음
R10 책장이 무너지거나 바닥이 내려앉거나 108
『거대한 뿌리』, 김수영 지음
R11 다른 방식으로 보기, 반문하기 117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지음
R12 나의 정원으로 127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볼테르 지음
R13 어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136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전남사회운동협의회 엮음
R14 내 책장의 새빨간 책들 143
『아리랑』, 님 웨일즈·김산 지음
R15 잃어버린 책의 몽타주 151
『카프대표소설선 I·II』, 김성수 외 엮음
R16 그리 사적이지 않은 책의 사생활 161
『행복한 책읽기』, 김현 지음
R17 문학은 삶을 구원하는가 169
『익사 지침서』, 데이비드 실즈 지음
R18 어떻게 찾지, 좋은 기분을 178
『삶은 다른 곳에』, 밀란 쿤데라 지음
R19 기억, 기록, 주석 186
『글쓰기의 영도』·『밝은 방』, 롤랑 바르트 지음
R20 남아 있지 않은 것들의 목록 197
『초록 눈』,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M1 기억의 영지 208
『현대 한국문학 단편 선집』, 브루스 풀턴·권영민 편저
M2 최상의 저자 219
『옥쇄』, 오다 마코토 지음
M3 흑백 영화에 빠지다 230
『우게쓰 이야기』, 우에다 아키나리 지음
M4 꽃자주빛, 잿빛, 음지의 빛 238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최윤 지음 / 『불의 강』, 오정희 지음
R21 관계와 단절의 미학 248
『어려운 일이다 I·II』, 알프레도 자르 지음
M5 세계가 작동하는 신비로운 방식 260
『이 믿기지 않는 믿음의 필요』,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M6 나만의 『무서록』 271
『무서록』·『먼지와 그 외의 단편들』, 이태준 지음
M7 별이 늘어서다 283
『만덕 유령 기담』, 김석범 지음
R22 나는 왜 읽는가 294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지음
R23 책의 유산, 책의 운명 305
『순교자』, 김은국 지음
M8 비켜서서 볼 때 보이는 것 315
『역사와 반복』, 가라타니 고진 지음
R24 낡은 인공위성에서 보낸 교신 322
『비상국가』, 노순택 지음
M9 언어의 가을과 추락 사이 333
『영어 시대, 언어의 추락』,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R25 커넌드럼, 코끼리 사라지다 342
『코끼리의 소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R26 디아스포라의 디아스포라 354
『시의 힘』, 서경식 지음
R27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기 365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지음
추천의 글 376
감사의 말 377
도판 목록 382
리뷰
책속에서
내 생애 첫 책은 마테를링크의 희곡 「파랑새」를 원작으로 하는, 마분지처럼 빳빳한 종이 위에 천연색 삽화가 그려진, ‘파랑새’ 아니면 ‘파랑새를 찾아서’란 제목의 그림책이다. (…) 내게는 없는, 어머니의 기억일 뿐이지만, 이날 나는 세상에 나와 어머니에게 첫 번째 실망을 안겨주었다. 어머니의 여동생이 ‘네깐 게 어디 보자’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을 리야 없지만, 내가 어느 순간부터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문장을 중얼거리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어머니가 희망한 대로 글을 깨우친 게 아니라 어머니가 읽어준 내용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그대로 기억했다가 책장을 넘기며 단순히 재생한, 좀 희비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 「R1 파랑새, 파랑새를 찾아서」에서
거의 닥치는 대로, 대략 열서너 가지 일을 해봤다. 몸을 쓰든 머리를 쓰든 별다른 바 없는 비정규 임시직을 전전하며 지낸 12년 넘는 세월을 떠올리면 아직도 먹먹해지는 탓에, 한 번 정규직이 되자 다시는 불안정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동료 북 디자이너들이 더 나은 대우와 보수를 찾아 대형 상업 출판사로 이직하거나 말거나 나는 가능하기만 하면 그대로 남아 첫 직장에서 은퇴하겠다는 다짐을 한 것 같다. 내가 근속하고 있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기로 결정한 실질적 요인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설립된 지 242년 된 대학과 연계된, 창립된 지 103년이 된 출판사의 안정성이었다. 다음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출근 시간이었고, 다른 하나는 출판사에서 펴낸 책 중에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초록 눈』이 있다는 점이었다.
- 「R2 시 쓰며 일하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에서
낮은 지붕 바로 아래에 있던 내 다락방은 밤이 되어도 더위가 전혀 식을 줄 몰랐는데, 잠이 들 때까지 이상야릇한 글을 한 편씩 읽고 또 읽었다. 어머니는 난장이가 아니었지만, 우리 가족이 떠나온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머니는 난장이었고, 우리 역시 어쩔 수 없이 난장이 가족이었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으로 했다. (…) 만약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세계를 떠나지 못하고 내가 여태껏 그 세계에 남아 있었더라면, 내 삶은, 내 현실은 어땠을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 「R8 현실 직시, 어쩌면 비행접시 기다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