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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미녀

잠자는 미녀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은이), 정향재 (옮긴이)
현대문학
12,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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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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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잠자는 미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2754497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09-12-15

책 소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인간의 보편적 난문제를 대담하게 파헤친 세 편의 소설을 묶은 소설집. 표제작이기도 한 '잠자는 미녀'는 예순일곱의 노인 에구치의 심리와 행동을 그린 이른바 '노인 문학'이지만, 노인이 되면 욕정이 사라지거나 억제될 수 있다는 인간의 성적 욕망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대담하게 뒤집는 문제작이다.

목차

잠자는 미녀
한 팔
지고 말 것을

저자소개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은이)    정보 더보기
1899년 오사카 출생. 어려서 부모를 잃고 조부모의 손에 자랐으나 할머니와 누나, 할아버지를 연이어 여의고 중학생 무렵 고아가 되었다. 그로 인해 마음에 드리워진 짙은 허무와 고독은, 이후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20년 도쿄제국대학에 입학, 기쿠치 간의 동의하에 제6차 《신사조》를 창간하고 이듬해 《초혼제일경》으로 등단하며 신감각파 작가로 주목받았다. 1924년 졸업 후 《문예시대》를 창간, 〈이즈의 무희〉, 《설국》 등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필체가 돋보이는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 근대 서정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문예간담회상, 기쿠치간상, 노마문예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일본 문화훈장,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일본 고유의 미를 살린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968년 일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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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향재 (옮긴이)    정보 더보기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어일문학과 석사과정 졸업 일본 세이케이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대학 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문학연구소 연구원을 역임 논문 : 〈가와바타 문학과 주변예술의 교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산소리」에 나타난 ‘노년’〉, 〈일본현대문학자의 패전의식―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경우를 중심으로〉 외 다수 역서 : 〈잠자는 미녀〉(가와바타 야스나리 작), 〈연인들〉(노나카 히이라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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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아아.”
에구치가 탄성을 올린 것은 진홍색 비로드 커튼 때문이었다. 어슴푸레한 불빛을 받아 그 색은 한층 깊게 느껴졌고, 커튼 앞에는 옅은 빛의 층이 있는 느낌이 들어 환상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았다. 커튼은 사방에 둘러쳐져 있었다. 에구치가 들어온 삼나무 문도 커튼에 가려지게 되어 있고, 거기에 커튼 끄트머리가 뭉쳐져 있었다. 에구치는 문을 닫고 커튼을 치면서 잠들어 있는 아가씨를 내려다보았다. 잠든 척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에 빠져 내는 것이 분명한 숨소리가 들렸다. 생각지도 않은 아가씨의 아름다움에 에구치는 숨을 죽였다. 생각지 못했던 것은 아가씨의 아름다움뿐만이 아니었다. 아가씨의 젊음도 그랬다. 이쪽을 향해 왼쪽을 아래로 하고 옆으로 누워 있어, 얼굴만 나와 있고 몸은 보이지 않았지만, 스무 살 전이 아닐까. 에구치 노인의 가슴속에 또 하나의 심장이 펄떡거리는 것 같았다.

-중략-

이런 아가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젊음을 일깨워줄 것 같다. ‘잠자는 미녀’의 집에도 에구치는 조금 싫증이 난다. 싫증을 내면서 오는 빈도는 거꾸로 높아진다. 이 아가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 집의 규율을 깨고, 노인들의 추하고 은밀한 쾌락을 깨는 그것으로 이곳과 결별하고 싶다. 들끓는 피가 에구치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폭력이나 강제는 필요 없다. 잠들어 있는 아가씨의 몸은 아마도 반항하지 않을 것이다. 아가씨를 목 졸라 죽이는 것조차도 쉬울 것이다. 에구치 노인의 의욕은 사라지고 어두운 허무가 퍼져갔다.
-「잠자는 미녀」중에서


나는 불을 켰다. 아가씨의 팔을 가슴에서 내려놓고, 양손을 그 팔의 어깻죽지와 손가락에 대고 곧게 폈다. 5촉짜리 약한 빛이 아가씨의 한 팔이 만들어낸 그 곡선과 빛의 그림자가 이루는 물결을 부드럽게 했다. 동그스름한 어깻죽지, 거기서 홀쭉해지다가 도도록해지는 위팔, 다시 가늘어지면서 곡선이 아름다운 팔꿈치, 팔꿈치 안쪽으로 살짝 패인 오금, 그리고 손목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며 흐르는 곡선, 손바닥과 손등에서 손가락. 나는 아가씨의 한 팔을 조용히 돌리며 그것들 위에서 아롱거리는 빛과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팔」중에서


다키코와 쓰타코는 한 모기장 안에 나란히 누워 자신들이 살해될 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적어도 완전히 잠을 깨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사실은 무기 징역을 선고받은 가해자 야마베 사부로도 재작년에 옥사하고,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나 지난 지금으로서는 나를 일종의 바보 같은 허무에 빠트리기보다는 오히려 나로 하여금 일종의 육체적인 유혹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녀들의 유골을 수습해주면서 그 육체를 재로 화하기 위해 화장터 가마에 전기 불길이 들어가는 웅 하는 섬뜩한 소리도 들었지만, 그녀들의 젊음은 역시 나에게서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나는 무심코 눈앞의 그것을 잡으려 들기도 한다.
-「지고 말 것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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