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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2757160
· 쪽수 : 452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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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마차는 전속력으로 언덕마루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길 양쪽에는 거친 황야만이 비와 안개 속에서 칠흑같이 검은 자태를 어렴풋이 드러냈다. 저 앞 언덕마루 위 길 왼편에 건물 한 채가 보였다. 높은 굴뚝들이 어둠 속에 거뭇하게 솟아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집 한 채, 심지어는 작은 오막살이 한 채도 없었다. 저것이 자메이카 여인숙일까? 어찌 되었건 건물은 사방의 바람을 맞으며 독불장군처럼 당당하게 버티고 있었다.
메리는 식탁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손이 떨리는 것을 그가 볼까 두려워 두 손을 무릎에 얹었다.
“알겠어요. 저는 원래 호기심이 별로 없어요. 남 얘기 같은 건 해본 적도 없고요. 이모부가 여관에서 뭘 하든, 또 누구하고 지내든 저와는 상관없어요. 저는 집에서 맡은 일을 할 거고 이모부께서 못마땅하게 여길 일은 결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모부가 페이션스 이모에게 조금이라도 나쁜 짓을 한다면 그 즉시 자메이카 여인숙을 나가겠어요. 치안판사를 찾아 여기 데리고 와서 법대로 처리할 거예요. 그럼 그때 저를 끝장나도록 혼내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메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그의 위협에 겁을 집어먹고 운다면 영원히 그의 손아귀에 잡힐 거라는 것을. 청산유수 같은 그녀의 말은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이었다. 한때 자기 이모였던 이 불쌍한 여자의 망가진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서 자제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구했다. 남자가 그 기백에 감명을 받아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긴장을 푼 것이다.
그의 검은 목사 모자 아래로 보이는 머리칼도 역시 흰색이었다. 메리는 당황하여 그를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없었고, 목소리 또한 전혀 노인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그녀는 이 이상한 현상의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을 돌렸다. 그는 알비노였다.
그가 모자를 벗고 그녀에게 인사했다.
“내 소개를 하는 것이 좋겠군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황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통성명은 해야 하니까요. 내 이름은 프랜시스 데비, 앨터넌의 교구 목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