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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8129
· 쪽수 : 86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 잘 가렴, 작은 책아……
꽃피는 유다 나무
마리아 콘셉시온
처녀 비올레타
순교자
마법
밧줄
그 애
절도
그 나무
웨더롤 할머니가 버림받다
꽃피는 유다 나무
금이 간 거울
아시엔다
창백한 말, 창백한 기수
오랜 죽음의 운명
정오의 와인
창백한 말, 창백한 기수
기울어진 탑
옛 질서
지혜로 가는 내리막길
하루의 일
휴가
기울어진 탑
옮긴이의 말 · 남부에서 그리고 남부 너머로
캐서린 앤 포터 연보
리뷰
책속에서
양심이고 뭐고 간에, 매트리스 내놓는 건 내일 하면 뭐 어때? 아니, 대체, 이 집에서 살려는 거야, 아니면 이 집에 깔려 죽으려는 거야? 그 말에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더니 입가에 분노가 떠올랐다. 굉장히 위태로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집안일은 내 일이기도 하지만 당신 일이기도 해. 나도 나만의 직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야.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살면 내 직업에 들일 시간이 언제 나겠어?
또 그 얘기야? 내 일은 규칙적인 돈벌이가 되지만 당신 수입은 불안정하다는 거, 피차 잘 알잖아. 고작 당신이 버는 돈으로 우리가 먹고살려면…… 이 문제는 제발 이번에 완전히 결판을 내고 넘어가자고!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내 말은, 우리가 각자의 직업에 자기 시간을 써야 하니까, 집안일도 서로 나눠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야? 순전히 알고 싶어서 묻는 거야. 그래야 나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우지. 참 나, 그건 다 결론 난 거 아니었어? 내가 집안일을 돕기로 했었잖아. 그래서 늘 돕지 않았어? 여름마다?
맞잖아, 안 그래? 내가 도왔잖아? 아, 그렇잖아? 언제? 어디서? 대체 뭘 도왔는데? 와, 진짜 웃겨서 환장하겠네!
정말로 환장할 만큼 웃겼던 모양인지, 그녀는 얼굴이 살짝 자줏빛을 띠더니 자지러지는 웃음을 토해 냈다. 너무 격하게 웃다 못해 자리에 주저앉은 그녀는 급기야 눈물을 왈칵 터뜨렸고, 당겨 올라간 입꼬리에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_ 「밧줄」
휘플 부인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 애가 눈꼬리에서 흘러내리는 커다란 눈물방울을 닦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훌쩍거리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휘플 부인은 “오, 얘야, 많이 속상한 건 아니지? 그치? 그렇게 많이 속상하진 않지?” 하고 자꾸만 물었다. 그 애가 그녀를 책망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녀에게 따귀를 맞았던 때를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황소를 끌고 왔던 날 겁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추워서 밤잠을 설쳤는데도 말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너무 가난해서 자신을 돌볼 수 없기에 영영 떠나보내려 한다는 걸 그 애도 아는지도 모른다. 정확히 무엇 때문이건, 휘플 부인은 그 생각을 차마 견뎌 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격하게 울음을 터뜨리며 둘째 아들을 힘껏 부둥켜안았다. 그 애의 머리가 그녀의 어깨 위에서 굴렀다. 그녀는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그 애를 사랑했지만, 애드나와 엠리 생각도 해야만 했고, 그 애의 삶을 보상해 주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 아예 처음부터 태어나질 말았어야 했는데.
_ 「그 애」
네가 조지를 좀 찾아 주렴. 조지를 찾아서 내가 그를 잊었다고 전해 다오. 그 일을 겪고도 나는 남편을 얻었고, 여느 여자들처럼 아이들도 집도 가졌다는 걸 그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어. 게다가 좋은 집에서, 내가 사랑하는 좋은 남편하고 살면서, 훌륭한 자식을 다섯이나 낳았다고 말이야. 내가 원한 것보다도 더 많은 걸 누렸다고, 그가 빼앗아 간 모든 것을 돌려받고도 더욱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이야기해 다오. 오, 아니, 오, 하느님, 아니야, 그 집과 그 남자와 그 아이들 외에도 뭔가 또 있었는데. 오, 분명 그게 전부는 아니었는데? 도대체 뭐였지? 돌려받지 못한 게 있는데…… 숨이 갈비뼈 안에서 꽉 차올랐다. 숨은 거대하고 무시무시하고 형태가 되어 가면서 날을 바짝 세웠고, 그 뾰족한 모서리가 그녀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어마어마한 고통이 치밀었다. 그래, 존, 이제 의사를 불러 줘.
_ 「웨더롤 할머니가 버림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