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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8365
· 쪽수 : 488쪽
책 소개
목차
기적의 광택제
유령
아들과 어머니
인어 열풍
아내와 도둑
우리의 최근 문제에 대한 보고서
근일 개업
라푼젤
어딘가 다른 곳에
열세 명의 아내
아르카디아
젊은 가우타마의 쾌락과 고통
플레이스
홈런
미국의 설화
밤에 들린 목소리
옮긴이의 말 | 기발한 착상으로 빚어낸 밤의 목소리
리뷰
책속에서
이제 그자는 여기 없다. 후드를 눌러쓰거나 스키 마스크를 쓴 차림으로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자를 보내 주어야 할 때다. 모든 걸 끝내야 할 때다. 계단을 올라가 남편 옆에서 잠들어야 할 때다. 꿈을 꾸면서 조용히 누워 자는 남편 옆에서 편안히 잠들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밤에 어떻게 계단을 올라가 조용히 누워 자는 남편 옆에서 잠들 수 있단 말인가? 그녀의 마음은 잠을 자기에는 너무 뒤숭숭하다. 잠은 남편의 것이다. 잠은 이 세상의 선량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도둑과 아내들은 밤에 잠들지 못하고 돌아다닌다.
_ 「도둑과 아내」에서
사망 원인은 머리에 입은 총상이었다. 남학생의 아버지가 소유한 권총 두 자루로 각자 자신의 머리를 쏜 것이었다. 남학생의 폴로셔츠에 핀으로 꽂힌 메모 한 장이 발견되었다. 메모는 남학생이 썼지만 둘 다 서명을 하고 둘의 부모 모두에게 보내는 형식이었다. 메모에서 두 학생은 자신들의 행동이 야기할 충격과 고통을 사과하며, 자신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 사랑을 영원히 기리는 방법으로써 기꺼이 자신들의 손으로 죽는다고 썼다. 메모는 자의식적이고 문학적인 어조로 쓰여 있어서 우리는 분노와 애잔함을 똑같은 정도로 느꼈다. 하지만 목구멍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하고 싶었던 말은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우리 마을에서 다섯 명이나 자살했다는 사실이었다.
_ 「우리의 최근 문제에 대한 보고서」에서
그것은 축적된 욕망의 안개였을까? 여름이 끝나 가는 마지막 시기에 땅굴과 지붕 거주, 우리의 모임과 조사로도 채워지지 않은 우리의 갈망은 점점 더 강해지고 점점 더 커졌다. 지금 돌이켜 보면 땅굴, 지붕 거주, 모임, 조사 등은 우리에게 잡히지 않고 피해 달아나는 그 어떤 것에 대한 희미한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8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었다. 마치 그해의 마지막 토요일, 아니 모든 시간의 마지막 토요일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모호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서 오전, 오후의 시간을 하릴없이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의 뒷마당에서도, 앞 현관에서도, 야외용 탁자에서도, 해변에서도 우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우리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_ 「어딘가 다른 곳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