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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72882336
· 쪽수 : 132쪽
책 소개
목차
숲 / 길 / 숲에 관하여 / 장마를 견디며 / 새로운 날들을 위한 약속 / 감자 / 10月 / 푸른 진혼곡 / 방주에서 쓴 편지 / 흰 숲으로 가는 길 / 광화문의 사랑 / 지나간 날에 관하여 / 그날 이후의 편지 / 가을날 / 푸른 거북이는 / 햇살처럼 따스한 사랑도 / 잃어버린 편지 /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 自畵像 / 누군가 / 그대 곁에서 / 정직한 예언 / 개에 관한 명상 / 그리운 편지 / 먼 나라에서 / 우리가 사랑했던 지옥 / 그해 가을과 겨울 사이 / 강철사랑 / 당신의 늪에서 당신의 숲으로 / 그 여름의 물가 / 새들은 어디 갔나 / 어둠의 뿌리는 무럭무럭 자라나 하늘로 간다 / 어제의 시 / 안개日記 / 폭설 / 새로운 日記 / 불빛에 관하여 / 검은 시말서 / 대성당을 바라보며 / 합창 / 파괴공학 / 숲을 기억하며 / 유리관편지 / 각하가 돌아왔다 / 길에 관하여 / 환경시 / 크리스마스 연극 / 황혼수첩 / 사랑이 어깨 위에 / 안개편지 / 병원으로 가는 역사 / 강남천사 / 벽 / 낡은 日記 / 폐허 / 그가 견딘 가장 어두운 겨울
- 작품해설
김수이 : 행복한 난투극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가 사랑했던 지옥
어느 날이던가
깊은 자에서 깨어나 너의 손을 잡았을 때
귀향하던 새달이 말끝을 흐리고
눈 비비는 이 땅의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푸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을 때
우리의 집들이 때론 무너지고 때론 부실한
바람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
손톱마다 붉게 배인 피의 강이 점점 검게 변해가던
어느 화요일이던가
나는 너의 기침 속에서 노래하는 벌레를 보았고
너는 벌레의 눈을 가진 나를 보았고
어느 날이던가 우리 모두가 떠나겠다고 맹세한 뒤
막상 살아남은 사람이라곤 나 하나였음을 그리고 어느 날이었지
긴 여행에서 보아둔 마음의 터를 후벼파고 묻었다
거기엔 귀향한 줄 알았던 새들이 썩어가고 있었고
나무들의 뿌리가 새들의 목을 조르고 있었고 내 눈을 가진
벌레가 벌레 같은 나를 보았다 어느
어느 날이던가 아니지 어느 목요일이었지
그 벌레는 나더러 더럽다고 했고
그렇구나 여기가 말로만 듣던 지옥이구나 너의 손을 잡고
흙 묻은 손으로 더러운 손으로 너의 흰옷을 만졌을 때
사랑한다고 했을 때 얼룩진 너는 푸른 여름의 나뭇가지가 되어
하늘을 가렸다 아마 그건 월요일 오후쯤이었을 거야
아니지 어느 날이었지
그것이 이 세상의 끝도 아니고
시작도 아니었지만 아련한 구덩이를 파내려갖던 그 한낮
새들은 하늘로 귀향 간 것이 아니라 땅 속으로 날아갔음을
그랬었군, 그것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유고 너의
손이 하늘을 가린 이유였군, 사랑은 그런 것인가
우리의 손톱 위를 흐르는
검은 퇴색의 피는 속살 비치던 너의 흰옷인가
그래도 나는 분명 벌레는 아니다 절대로
벌레는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