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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72883913
· 쪽수 : 476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태양을 갈망하는 집, 브라마솔레
소 두 마리가 이틀 걸려 쟁기질할 만큼의 땅과 집
자매인 물, 형제인 불
야성의 에덴동산
태양의 울림
급할수록 돌아가라
나무 아래 긴 테이블
싱그러운 여름 레시피
우아한 도시, 코르토나
길들여지지 않은 토스카나를 찾아
우리는 전생에 이탈리아 사람이었을까
녹색 기름
코르토나의 겨울
푸짐한 겨울 레시피
장미꽃 길
돌, 언제나 돌이죠
여름의 자취
혹서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사람들이 오기 직전에 커다란 바구니 가득 양상추를 딴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여러 품종이 섞인 양상추 씨앗 두 봉지를 화단 언저리에 뿌렸는데, 일주일 만에 싹이 나더니 삼 주가 되자 더 이상 화단 언저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이제 양상추가 도처에 있다. 화단의 잡초를 뽑으면서 동시에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느낌은 묘하다. (중략) 사람들이 도착할 때쯤이면 부드럽고 느릿한 토스카나의 황혼녘이 될 테고, 음료수를 마시고 나면 투명하던 하늘이 금빛으로 물들다 저녁의 기운이 감도는 푸르스름한 색을 띠고, 첫 번째 코스가 끝날 즈음엔 이윽고 밤이 내릴 것이다. 태양이 쑥 하고 한 번에 언덕 아래로 빨려 내려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밤이 된다.
금전적인 고민들, 언어의 장벽, 화장실에서 뜨거운 물이 나왔던 것, 들보의 그 끈적끈적한 것들을 벗겨내느라 고생했던 일, 캘리포니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머나먼 거리. 토스카나의 산비탈에 이 자그마한 땅을 소유하는 데서 얻는 완전무결한 기쁨에 비하면 그런 것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이번 공사뿐만 아니라 삼 년에 걸쳐 이어진 중요한 집수리가 오늘로 모두 끝이 났다. 우리는 햇볕이 얼룩덜룩한 무늬를 그리는 나무그늘 아래에서 친구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내가 꿈꿔왔던 모습 그대로다. 부엌으로 들어가 포도잎 위에 토스카나의 다양한 치즈들을 가지런히 담는다. 짧은 소매가 작은 날개처럼 펼쳐지는 흰색 리넨 드레스 차림의 나는 자꾸 들뜨고 흥분이 된다. 위층에서는 프리모가 바닥을 긁어내고 있다. 위를 올려다본다. 그가 타일 두 개를 들어내자 천장에 작은 구멍이 뚫린다. 치즈 접시로 고개를 돌리는데 프리모가 실수로 양동이를 걷어차서 시멘트가 내 머리 위로 쏟아진다. 내 머리, 내 드레스, 내 치즈, 내 팔, 그리고 바닥! 올려다보니 그가 프레스코 속의 아기 천사처럼 놀란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