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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한국철학 > 한국현대철학
· ISBN : 9788972977346
· 쪽수 : 369쪽
· 출판일 : 2015-05-29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한국의 ‘철학’과 한국철학의 ‘현대’
2. 전통사회의 동요와 새로운 사유의 출현: 성리학 비판과 평등한 인간관
3. 최제우와 동학사상: 한울님을 모신 몸으로 산다
4. 나철과 대종교: 역사적 실천을 통한 한얼의 회복
5. 박은식의 민족주의적 양명학: 전통의 개혁을 통한 위기의 극복과 자주적 근대 모색
6. 신채호의 민중중심사상: 민중의 주체성과 절대자유의 정신
7. 신남철의 휴머니즘: 사회주의적 이상을 꿈꾸다
8. 박치우와 위기의 철학: 철학의 당파성과 지식인의 실천
9. 박종홍과 국가주의: 강단 철학의 빛과 어둠
10. 함석헌의 ‘씨ㅇ·ㄹ 철학’: 씨의 세계를 꿈꾸다
11. 우리 시대의 철학
글쓴이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결국 우리 지성사에서 서구철학의 본격적인 수용이란 처음부터 일본적 스펙트럼에 의해 굴절된 것이었지요. 여기에 해방 이후에는 세계사적인 냉전체제와 국내 군사독재 틈바구니에서 이데올로기적 억압과 질곡으로 숨 막히는 서양철학 수용사가 지속되었습니다. 낯선 이론을 받아들이는 데 의당 치러야 하는 시간과 노력 외에 이데올로기의 가시밭길 사이를 헤매느라 우회했던 세월까지 더한다면 서구의 철학과 학문이 그나마 이 정도 정착된 일이 기적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결국 제국에 의해 근대대학과 철학과가 세워진 것이 서구정신의 요체를 이해하여 우리의 지성사적 전통과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일을 앞당겼다고는 결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외려 제국에 의한 학문과 지성의 지배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지성의 역동성과 자율성은 급격하게 위축됩니다.
동학과 유교의 차이점은 우선 수행방법에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교의 수행에는 서적탐구가 필수지만 동학은 일상의 수행을 통해 군자가 될 수 있습니다. 동학은 글을 모르는 일반 백성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는 자각과 한울님을 모신 모든 존재를 경건하게 대하는 태도입니다. 수행을 통해 모든 사람이 스스로의 삶과 세상에서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고는 신분차별이 만연한 사회의 일반적 사고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따라서 동학사상에 따르면, 임금과 신하, 아비와 자식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고, 나라를 보위하고 백성을 안정시키는 주체 역시 ‘사’만의 책무가 아닌 ‘시천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책무가 됩니다. 동학에서는 사회적 신분과는 무관하게 모두가 정치주체로서의 ‘군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평화주의자로서 함석헌의 삶과 철학의 가장 밑바탕에는 역시 종교적 신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독교인의 뿌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다른 종교에 대해 관용의 정도를 넘어 종교적 가르침까지 적극 수용합니다. 이러한 다원주의적 종교관은 기독교라는 하나의 종교가 제시하는 길을 통해서는 달성될 수 없습니다. 평화의 길을 향한 함석헌의 열려 있는 마음이 그 원동력입니다.
함석헌이 씨철학을 통해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어쩌면 가장 보편적인 인류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민중으로서의 씨은 단지 우리민족의 차원만이 아닌 전세계 민중에 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역사 서술이 ‘뜻으로 본 한국사’에서 ‘뜻으로 본 세계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우리민족의 역사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 자체가 고난의 역사라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공통분모는 지배층의 관점에서 발견할 수 없습니다. 권력자의 관점에서 기술된 역사는 억압과 침략을 정당화하는 역사일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