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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 일반
· ISBN : 9788976820877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엮은이 일러두기 7
엮은이 서문 9
제1강. 1972년 2월 25일 47
제2강. 1972년 3월 3일 91
제3강. 1972년 3월 17일 143
루이 알튀세르 약전 195
옮긴이 후기 198
책속에서
루소는 그러한 철학자들이 “자연 상태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성”을 제대로 감지했지만 “아무도 거기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공언합니다. 그들이 거기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그들이 여전히 “고질적인 편견들”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루소로 말하자면 그는 유일하게 다음과 같은 것을 행하는 유일한 인물인데요. 즉 루소는 그 너머로 나아가기를, 그 한계에까지 나아가기를 결심했고, 마땅히 “그 뿌리까지 파고들어가” “고질적인 편견들”의 수준을 넘어서야 했습니다. 이 뿌리란, 사실상 철학자들, 모든 철학자들이 도달할 수 없었거나 도달할 줄 몰랐던 수준 내지 종착점이며, 그래서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자연 상태에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사회계약에 의해 분리가 이뤄지는 자연권 이론의 발생과 마찬가지로 『인간 불평등 기원론』의 발생도 그처럼 이뤄집니다. 이 발생은 네 가지 계기들을 포함하는데요. 첫 번째 계기가 순수 자연 상태, 즉 그 분리 속에서 순수한 기원입니다. 어째서입니까? 왜냐하면 순수 자연 상태는 인간들을 서로 접근하도록 만드는 우주적 규모의 거대한 장애들, 즉 계절의 변화라든지 대양의 전복이라든지 하는 것 등이 개입되지 않는다면 무한정 재생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들은 흩어진 상태로, 범세계적인 숲 속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거기서 인간들은 방랑하며 서로서로 떨어진 채로 자연에 일치해 있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그 자연에 의해서 다시 모이도록 강제되는데요. 바로 이때부터 어떤 새로운 것이 시작됩니다.
연민의 고유성은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관계라는 점에 있습니다. 자신의 동류에 대한 동정심은 순수하게 부정적인 하나의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들을 결속시키지 못하죠. 연민은 다른 데서는 마주칠 일이 없는 그 인간들을 결속시키지 못하며, 인간들이 마주치는 경우에는 그저 서로를 해치는 것을 막을 뿐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하나의 부정적 관계라는 것인데요. 그러니까 연민은 사회성, 사회적 욕구, 타인들에 대한 욕구가 아닌 것입니다. 절대 아니죠. 그것은 단순히 동정심, 타인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기, 자기 자신의 종에 속한 한 존재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순수하게 부정적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인간들이 마주친다면 행해지는 것입니다. 제가 “만약 인간들이 마주친다면”이라고 말한 것은 자연 상태에서 인간들은 실제적으로는 마주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점이 루소가 가진 가장 놀라운 역설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