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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76826916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2-09-23
책 소개
목차
서문 탈신성화의 정치신학을 위하여 5
1부 현대 정치철학과 정치신학 13
1장 현대 정치철학은 어째서 신학에 주목하는가? 15
다시 소환되는 정치신학 15•현대 정치철학자들이 신학에 주목한 이유: 발터 벤야민과 칼 슈미트의 정치신학 23•종교 비판 이후에 과연 신학은 가능한가? 32•현대 정치철학과 신학과의 만남: 바울의 소환 41
2장 고대 이스라엘이라는 상상적 기원 45
고대 이스라엘 역사와 오늘날의 팔레스타인 45•‘고백’으로서의 역사: 성서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53•고대 이스라엘 민족은 어디서 유래하였는가? 60•이스라엘 종교는 가나안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가? 67
2부 성서의 정치신학과 메시아주의 75
3장 이스라엘 왕정 수립과 두 가지 정치신학 77
고대 이스라엘의 표준적 역사와 두 가지 정치신학 77•지파 동맹 체제의 탈국가적 정치신학 79•통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왕정 신학 88•이스라엘 왕국의 분열과 패망 98•왕정 신학의 실패에 대한 반성 101
4장 ‘디아스포라’ 시대의 메시아주의 103
디아스포라의 시대가 시작되다 103•이스라엘 패망에 대한 평가와 메시아 사상 104•포로기 이후의 메시아주의 111•예수 시대의 메시아주의 115•메시아의 도래와 하나님의 나라 126•예수, 메시아를 해체한 메시아 133
5장 바울의 정치신학과 메시아주의 139
유대 사회와 디아스포라의 공동체들 141•바울과 예루살렘 공동체와의 관계 144•바울이 추구한 공동체 156•하나님의 나라와 로마 제국 169•새로운 피조물, 혹은 메시아적 삶 173
3부 탈신성화의 정치신학 179
6장 근대 국가론에 대한 비판으로서의 정치신학 181
근대 국가론, 그리고 홉스를 다시 불러낸 슈미트 181•칼 슈미트의 근대 국가론 비판 187•주권자와 국가의 외부 192•슈미트의 주권 독재에 대한 벤야민의 비판 196•진정한 예외상태와 벤야민의 메시아주의 199•슈미트의 정치신학과 벤야민의 메시아주의 207
7장 탈신성화, 혹은 아무것도 아닌 자들의 정치신학 211
바디우의 바울: 보편주의와 평등을 향한 투사 212•데리다의 ‘메시아주의 없는 메시아적인 것’ 219•아감벤: 탈신성화로서의 메시아적 삶 227•성서의 정치신학: 탈신성화와 케노시스 236
맺으며 241
참고 문헌 245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기서 유의할 것은 벤야민이 말하는 ‘신학’이나 ‘메시아’라는 단어가 기존의 주류 신학적 전통과는 매우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메시아’라는 단어는 주변 강대국에 의해 패망한 이스라엘에 민족적 독립을 가져올 새로운 왕을 뜻하는 단어였고, 이스라엘의 독립 가능성이 희박해질수록 왕정 이데올로기와 배타적 유대 민족주의에 의해 그러한 의미가 더욱 강화되어 갔다. 반면, 기존의 왕정 이데올로기와 배타적 유대 민족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던 묵시적 예언자들에게서 메시아는 기존의 질서를 중단시키면서 억압받고 버려진 자들에게 해방과 구원을 선사하는, 지상에 ‘낯선’ 질서를 도입하는 존재였다. 이스라엘 민족의 옛 메시아 개념을 해체하는, 달리 말하면 메시아에 반(反)하는 메시아였던 것이다. 벤야민이 언급하는 메시아는 후자에 더 가까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헤겔의 이러한 기획에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삶이란 헤겔의 변증법처럼 연속적이고 단선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단절과 비약으로 이루어지는 이질적이고 불연속적인 어떤 것이었다.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헤겔이 절대정신 안에 놓인 인간의 정신을 말할 때, 키르케고르는 하나님 앞에 홀로 선 단독자로서의 인간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절대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절대적인 타자’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하나님과 마주한다는 것은 무한한 질적 비약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바울의 사례처럼, 역사적인 사건들이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기억을 남기며, 또한 그로부터 어떠한 주체들이 만들어지는지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를테면, 4·19 혁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것의 성패 여부는 어떤 역사적인 통계자료나 정치적인 언사로 판단되지 않는다. 겉으로 이뤄 낸 성과보다는 대중 자신의 손으로 독재정권을 끌어내렸다는 기억이 훨씬 강렬하게 남아 있으며, 자신을 그 시대가 불러낸 주체로, 이른바 4·19 세대로 여기면서 살아가도록 만든다. 5·18 항쟁, 87년 민주화 운동과 노동자 대투쟁 등을 경험한 사람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주체가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건에 의해 주체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