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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자본주의근대와 세계문학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비평론
· ISBN : 9788982183607
· 쪽수 : 584쪽
· 출판일 : 2025-02-28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비평론
· ISBN : 9788982183607
· 쪽수 : 584쪽
· 출판일 : 2025-02-28
책 소개
괴테가 세상을 뜨고 200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과연 그가 예견하고 기대한 세계문학의 이상을 인류는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가? 이 책 서장인 「허먼 멜빌과 ‘세계문학’의 꿈」에서 저자는 바로 그 물음을 염두에 두면서, 국민·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살아 있는 긴장을 포착한다.
괴테가 세상을 뜨고 200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과연 그가 예견하고 기대한 세계문학의 이상을 인류는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가? 이 책 서장인 「허먼 멜빌과 ‘세계문학’의 꿈」에서 저자는 바로 그 물음을 염두에 두면서, 국민・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살아 있는 긴장을 포착한다. ‘세계문학’에 관한 한 멜빌은 괴테와 본질적으로 공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역사적 국면에서 활동한 작가들이니만큼 차이점도 확연하다. 멜빌에게 고전적인 문학 유산의 수호 의지는 그 자체로 미국문학의 세계적 가능성을 저버리는 정신적 매국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적어도 그가 태어난 당대의 미국에는 그런 유산 자체가 부재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멜빌이 보기에 셰익스피어로 표상되는 고전적 문학 유산의 수호라는 것은 미국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관념적 태도에 불과했고 더 들여다보면 ‘구세계’의 독자들을 향한 구애 공세에 가까웠다. 그에게는 북아메리카의 대지와 자연에 확고하게 발을 내딛고 미국적 삶에 부응하는 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하는 과업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친영(親英)과 반영(反英)의 첨예한 반목 사이에서 모색한 멜빌의 미국적 국민문학에 공감하면서 시선을 21세기의 문화상황으로 돌리면 우리가 어떤 정신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가를 실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문학 현장에서도 시장현실주의의 위세는 괴테의 시대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고 과학기술주의의 도전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차원인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현실주의가 문학 산업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저명한 국제 문학상의 ‘롱 리스트’나 ‘숏 리스트’를 과연 누가 선별하는 것이며, 그 선별의 기준은 무엇인가도 한번쯤 되물어볼 만하다. 문학과 경제, 문학과 정치의 관계는 근대 초엽, 즉, 셰익스피어나 세르반테스가 활동했던 시대에도 꽤나 복잡미묘한 문제였다. 그 점은 1부의 두번째 글로서 셰익스피어의 『태풍』과 세제르의 『어떤 태풍』을 나란히 읽은 「식민지근대와 ‘되받아쓰기’」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21세기의 상황은 또 다르다. 누구나 실감하듯이 지금은 까다로운 취향의 귀족 후견인 내지는 후원자의 마음에 작품을 맞춰야만 했던—그 과정에서 절차탁마의 작품이 탄생하곤 했던—당시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시대다.
2025년 지금 한반도의 현실, 그중에서도 남쪽의 시국으로 눈을 돌리면 시민들의 지혜로운 마음의 연대에 근거한 단호한 행동이 절실하다. 로베르토 볼라뇨를 다룬 2부의 세번째 글인 「시장과 정치, 그리고 문학」에서는 그에 대한 제법 다부진 분석을 시도한다. 볼라뇨의 『칠레의 밤』은 근대문학의 (어떤 본질적) 매판성(買辦性)을 고발한 기념비적 작품이다. 하지만 그로써 근대문학에 관한 물음이 끝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러기는커녕 볼라뇨가 온몸으로 보여준 (서양) 근대문학의 매판적 특성과 체제 기생적 성질에 대한 도저한 비판조차 넘어서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삶의 활력을 키우고 대안의 상상력을 촉진하는 문학의 긍정의 잠재력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그러한 힘이 끼리끼리만 모여서 ‘같음’을 확인하고 손쉽게 합의와 동의를 끌어내는 ‘지식인・전문가 문화’에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3부 마지막 글인 「비평가의 읽기와 책임」에서 소개한 마이클 벨 교수의 발상법을 따르면 그와 같은 힘도 오직 자기성찰적 신화만들기(self-conscious mythopoeia)의 과정에서만 온전하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불만과 더 깊은 의심이 삶의 덕목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와 같은 불만과 의심이 없는 진리 탐구는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잡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자본주의근대의 극복이라는 화두가 등장하는 글은 2부의 마지막 「기후위기가 세계문학에 던지는 물음」과 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의 장편소설 『늦여름』을 다룬 종장의 「자본주의근대와 예술작품」이다. 자연생태는 기후소설(cli-fi; climate fiction)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늦여름』에서도 서사를 추동하다시피 하는 결정적 배경이다. 기후소설은 장르의 생애 주기로 치자면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물론 기후소설도 장르사적 계보를 따져보면 간단치는 않다. 그러나 『늦여름』 같은 성장소설(빌둥스로만)은 수백 년에 걸쳐 장편소설에 값하는 종합서사로 진화한 만큼 기후소설이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이 점은 기후위기에 대한 성찰에서도 염두에 두었다. 19세기 중반에 출간된 『늦여름』이 우리 당대에 쏟아져 나오는 기후소설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본질적이면서 구체적인 대안의 상상력을 발휘한 것도 우연은 아니라는 말이다. 단정적으로 말해서 『늦여름』에서 제시된 로젠하우스(장미집)야말로 실현 가능한 생태적 유토피아로서 그 어떤 기후소설이 그려낸 대안보다 더 현실적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리라 본다.
멜빌이 보기에 셰익스피어로 표상되는 고전적 문학 유산의 수호라는 것은 미국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관념적 태도에 불과했고 더 들여다보면 ‘구세계’의 독자들을 향한 구애 공세에 가까웠다. 그에게는 북아메리카의 대지와 자연에 확고하게 발을 내딛고 미국적 삶에 부응하는 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하는 과업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친영(親英)과 반영(反英)의 첨예한 반목 사이에서 모색한 멜빌의 미국적 국민문학에 공감하면서 시선을 21세기의 문화상황으로 돌리면 우리가 어떤 정신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가를 실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문학 현장에서도 시장현실주의의 위세는 괴테의 시대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고 과학기술주의의 도전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차원인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현실주의가 문학 산업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저명한 국제 문학상의 ‘롱 리스트’나 ‘숏 리스트’를 과연 누가 선별하는 것이며, 그 선별의 기준은 무엇인가도 한번쯤 되물어볼 만하다. 문학과 경제, 문학과 정치의 관계는 근대 초엽, 즉, 셰익스피어나 세르반테스가 활동했던 시대에도 꽤나 복잡미묘한 문제였다. 그 점은 1부의 두번째 글로서 셰익스피어의 『태풍』과 세제르의 『어떤 태풍』을 나란히 읽은 「식민지근대와 ‘되받아쓰기’」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21세기의 상황은 또 다르다. 누구나 실감하듯이 지금은 까다로운 취향의 귀족 후견인 내지는 후원자의 마음에 작품을 맞춰야만 했던—그 과정에서 절차탁마의 작품이 탄생하곤 했던—당시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시대다.
2025년 지금 한반도의 현실, 그중에서도 남쪽의 시국으로 눈을 돌리면 시민들의 지혜로운 마음의 연대에 근거한 단호한 행동이 절실하다. 로베르토 볼라뇨를 다룬 2부의 세번째 글인 「시장과 정치, 그리고 문학」에서는 그에 대한 제법 다부진 분석을 시도한다. 볼라뇨의 『칠레의 밤』은 근대문학의 (어떤 본질적) 매판성(買辦性)을 고발한 기념비적 작품이다. 하지만 그로써 근대문학에 관한 물음이 끝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러기는커녕 볼라뇨가 온몸으로 보여준 (서양) 근대문학의 매판적 특성과 체제 기생적 성질에 대한 도저한 비판조차 넘어서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삶의 활력을 키우고 대안의 상상력을 촉진하는 문학의 긍정의 잠재력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그러한 힘이 끼리끼리만 모여서 ‘같음’을 확인하고 손쉽게 합의와 동의를 끌어내는 ‘지식인・전문가 문화’에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3부 마지막 글인 「비평가의 읽기와 책임」에서 소개한 마이클 벨 교수의 발상법을 따르면 그와 같은 힘도 오직 자기성찰적 신화만들기(self-conscious mythopoeia)의 과정에서만 온전하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불만과 더 깊은 의심이 삶의 덕목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와 같은 불만과 의심이 없는 진리 탐구는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잡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자본주의근대의 극복이라는 화두가 등장하는 글은 2부의 마지막 「기후위기가 세계문학에 던지는 물음」과 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의 장편소설 『늦여름』을 다룬 종장의 「자본주의근대와 예술작품」이다. 자연생태는 기후소설(cli-fi; climate fiction)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늦여름』에서도 서사를 추동하다시피 하는 결정적 배경이다. 기후소설은 장르의 생애 주기로 치자면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물론 기후소설도 장르사적 계보를 따져보면 간단치는 않다. 그러나 『늦여름』 같은 성장소설(빌둥스로만)은 수백 년에 걸쳐 장편소설에 값하는 종합서사로 진화한 만큼 기후소설이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이 점은 기후위기에 대한 성찰에서도 염두에 두었다. 19세기 중반에 출간된 『늦여름』이 우리 당대에 쏟아져 나오는 기후소설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본질적이면서 구체적인 대안의 상상력을 발휘한 것도 우연은 아니라는 말이다. 단정적으로 말해서 『늦여름』에서 제시된 로젠하우스(장미집)야말로 실현 가능한 생태적 유토피아로서 그 어떤 기후소설이 그려낸 대안보다 더 현실적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리라 본다.
목차
머리말
서장 허먼 멜빌과 ‘세계문학’의 꿈
1부 자본주의근대의 개막과 문학의 대응
『돈 키호테』, 근대를 열다
식민지근대와 ‘되받아쓰기’
‘되받아쓰기’를 넘어서
무간지옥, 미국의 인종주의
2부 정치와 역사, 그리고 문학의 실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세르반테스의 후예
‘사고 실험’과 소설의 형식
시장과 정치, 그리고 문학
기후위기가 세계문학에 던지는 물음
3부 세계문학과 문학비평
문학비평의 판단 근거에 관하여
비평가의 읽기와 책임
종장 자본주의근대와 예술작품
인용 원문 일람
수록 논문 발표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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