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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83714138
· 쪽수 : 202쪽
· 출판일 : 2012-06-08
책 소개
목차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10
누구세요? 23
저널리즘에 대한 러브 스토리 28
전설 50
나의 아루바 66
나는 상속녀였다 69
영화 관람 82
사람들이 지치지도 않고 매번 놀란다는 게
더 충격적인 사실 25가지 89
나는 말하고 싶다: 달걀흰자 오믈렛 92
나는 말하고 싶다: 테플론 제품 96
나는 말하고 싶다: 펠레그리노는 됐어요 100
나는 말하고 싶다: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105
나는 말하고 싶다: 치킨 수프 111
펜티멘토 112
내 사랑 미트 로프 126
L-U-V에 중독되다 134
이메일의 여섯 단계 140
실패작 145
크리스마스 만찬 154
이혼 164
나이 든다는 것 174
그립지 않을 목록 180
그리워할 목록 182
옮긴이의 글 184
감사의 말 200
리뷰
책속에서
이런 모든 일들은 나를 슬프게 하고, 애석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런 일은 내가 정말 늙었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변화의 징후는 육체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있다. 요즘 나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또 “내가 젊었을 때는”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종종 농담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그 자리에서는 바로 알아들은 척한다.) 영화나 연극을 두 번째로 보러 갔는데, 생전 처음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바로 얼마 전에 처음 봤는데도 말이다. 《피플》 잡지에 나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처음에는 내 두뇌 용량이 다 찬 게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 반대가 사실임을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내 머리는 텅텅 비어가는 중이다. 내가 노화의 최악의 지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옛 일화들로 가득 찬, 그 끔찍한 세상 말이다. 하지만 서서히 그곳에 다가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꾸준히 일기를 써왔어야 한다는 걸 정말 잘 알고 있다. 연애편지들을 모두 보관했어야 한다. 롱아일랜드 시티 어딘가에 창고를 하나 마련해서, 다시는 뒤적일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모든 글들을 다 보관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어떤 점에서는 내 삶이 나 때문에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기억을 못한다면 누가 기억을 해 줄 것인가?
나는 남편 팔 위쪽을 아주 세게 꼬집으며 모종의 비밀 신호를 보낸다. “이 사람한테 당신 이름을 직접 말해. 나랑 대화하는 이 사람이 누군지 나는 정말 기억이 안 나니까.” 그러나 남편은 나의 꼬집기 신호에 응답하리라 기대할 수 없는 존재다. 이 비밀 신호의 의미를 항상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하도 세게 꼬집어 멍이 드는데도 그렇다. 그 순간 남편의 건망증에 대해 호통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일단 나부터 상대의 이름을 (만약 알고 있었다면) 잊어버렸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