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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83922755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08-07-10
책 소개
목차
실종자들의 왕국
도작
기리코의 실수
에델바이스
누선수정결석증
시계 공장
소생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이윽고 반쯤 타들어 가던 신문지 더미가 나타나고, 그 안에서 밤 껍질이 줄줄이 쏟아졌다. 덩어리를 또 휘젓자 불쏘시개 끝에 뭔가 딱딱한 것이 콕 하고 닿았다.
내 만년필이었다. 팬 끝은 불에 그슬리고 몸체는 일그러지고, 이니셜은 녹아서 판독 불능 상태로 변해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내 손끝에서 말을 뽑아내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기리코를 형용하는 데 가장 어울리는 표현은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는 명인'인지도 모르겠다. 리코더 때도, 만년필 때도, 기리코는 마법처럼 선명한 손놀림을 보여 주었다.
그러면서도 전혀 생색을 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마법을 쓰고 있다는 걸 조금도 믿지 않았다. 숨이 거칠어지지도, 득의양양한 표정을 보이지도 않고, 스윽 내 앞에 나타난 그녀의 손에는 리코더가, 만년필이 쥐어져 있었다. - '기리코의 실수'중에서
어떤 사소한 고장도 없이, 완전한 균형을 가진 시계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태엽을 감고 나사를 조이고 회전축을 끼워 넣는다. 벤진으로 여분의 기름을 지우고 부품에 흠집이 없는지 소형 확대경으로 살펴본다.
어느새 세계 그 자체가 내 손에 들어와 있음을 느낀다. 세계가 내 손바닥에서 고동치고 있다. 내 몸은 이렇게 세계 한 구석으로 쫓겨나 있는데.
태엽은 규칙적인 동력을 제공하고, 톱니바퀴는 각자 서로의 요철을 찾고, 긴바늘과 짧은바늘은 겁먹은 듯, 눈금을 넘어간다. 이 엄밀히 계산된 공간과 윤곽과 영원성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종종 완성된 모습을 떠올리며 황홀해 한다. - '시계 공장'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