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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84371002
· 쪽수 : 362쪽
· 출판일 : 2009-12-18
책 소개
목차
제1부 파리의 하늘 아래
제2부 샌프란시스코의 거리
제3부 천사들과 함꼐
에필로그
독자여러분께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난 그저, 너를 볼 때마다 일초에 스물네 개의 이미지를 투사하는 영화를 보는 듯했어. 네 영화는 처음 스물세 번은 밝게 빛나는 이미지였다가 마지막 스물네 번째에 너무나 슬픈 이미지로 바뀌어 버렸지. 그 마지막 이미지는 네가 평소 품고 있던 찬란한 빛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왠지 모를 슬픔을 담고 있었어. 난 네 잠재의식 속의 슬픔, 아주 잠깐일 뿐인 그 섬광의 틈새로 드러난 슬픔을 보았어. 그 슬픔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나 성격보다 더 절실하게 너란 사람에 대해 말해주는 듯했지. 난 너를 그토록 슬프게 만든 게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어. 몇 번씩이나 나는 네가 그 이야기를 해 주기를 바랐어. 하지만 넌 절대 이야기해주지 않았지.
난 그저, 조심하라는 말을, 가령 우울증 같은 몹쓸 병이 너를 덮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 난 진심으로 네 안에서 스물네 번째 이미지가 승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길 바라.
마르탱은 가브리엘을 사랑했다.
새벽녘의 바닷가, 마르탱은 자신이 벗어준 외투 위에서 잠든 가브리엘의 배를 베고 누웠다. 캘리포니아의 장밋빛 하늘 아래, 젊은 연인들은 바닷바람에 감싸여 있었다.
잠이 든 그들의 몸은 하나로 단단히 꿰매진 두 개의 심장이었다. 모래 위에 놓아둔 작은 라디오에서는 끊임없이 발라드 곡이 흘러나왔다.
마르탱은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밤 11시까지 가브리엘을 기다렸다. 이제는 실낱같은 기대마저도 모두 포기해야 할 시간이었다. 한동안 가슴이 공허해지더니 이내 수치심으로 바뀌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끌어안고 달려온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왜 그토록 열정적이었는지, 왜 그토록 순진한 바보였는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마르탱은 가진 걸 모두 걸었지만 다 잃었다. 그는 뉴욕의 추운 거리를 헤맸다. 42번가, 술집, 항구를 끝도 없이 걸었다. 그해 겨울, 뉴욕은 아직 뉴욕다웠다. 10여 년 후 살균된 뉴욕이 아닌, 앤디 워홀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도시 뉴욕, 악마에게 문을 열어주기로 마음먹은 이에게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아웃사이더들이 활보하는 뉴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