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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1279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3-11-20
책 소개
목차
목요일 / 6
금요일 / 99
토요일 / 178
일요일 / 313
목요일 / 382
옮긴이의 말 / 443
리뷰
책속에서
“아버지 방식으로만 아들을 사랑하겠죠. 한 가지 질문을 드리죠. 어머니는 늘 집안 상황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뭐 잘못됐나요?”
“그러다 보면 혹시 실망하거나 상처를 받을 때가 많지 않나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행복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의 몫이 아닐까요? 제 말은 아들과 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아들과 딸은 다 자란 어른이니까요. 이제는 벤이 겪는 모든 문제를 어머니 탓으로 돌리면 안됩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30분 뒤, 캠퍼스 바로 밖에 있는 카페에서 벤을 만났다. 워낙 말랐던 아이였는데 이번 일을 겪은 뒤 더욱 홀쭉해보였다. 낯빛은 창백했고, 내가 껴안자 가만히 있었지만 자기 팔로 나를 감싸지는 않았다.
30분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벤은 나를 한번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나마 건강해보여 다행이구나.”
“엄마, 여태껏 나에게 거짓말한 적 없잖아요. 그러니까 새삼 거짓말하지 말아요.”
벤은 집에 별일 없는지 이것저것 물었다. 샐리가 아직도 ‘바보 공화당원(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벤의 신랄한 말투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했다)’과 만나고 있는지를 물었다. 벤은 콜라주가 아닌 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말도 했다.
“이번에는 회화를 그릴 거예요. 몸은 그리지 않겠지만 포르셰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나를 표현해볼 거예요.”
내가 물었다.
“제임스 딘처럼?”
나는 갑자기 두려움에 휩싸였다. 18개월 전, 댄이 퇴근해 돌아와 회사에서 잘렸다고 말한 그날부터 내내 존재해 온 두려움이었다. 경기 침체로 LL빈의 연매출이 14퍼센트나 감소했다. 회사의 관리자들은 마케팅을 전담하는 온라인 부서의 인력을 감축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판매 매출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지만 중간 간부 두 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하필 해고 대상이 된 두 명 중 한 사람이 댄이었다. 지난 12년 동안 LL빈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는데 그리 간단하게 해고시키다니, 그것도 새해를 맞은 지 며칠 지나지 않은 1월 4일에…….
그날 현관문으로 들어서던 댄의 얼굴은 출근할 때보다 무려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댄은 뒷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다.
‘오랫동안 일했는데 회사로서도 유감이다. 위로금이 지급될 것이고, 가능한 한 빨리 새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인사부에서 도울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댄이 말했다.
“다 헛소리야. 지난번에 잘린 직원들도 최소 2년 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어. 새 직장을 구한 사람들이 몇몇 있긴 하지만 메인 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 구했지.”
나는 댄의 손을 잡아주려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도 정말 마음이 아파.”
댄은 내가 미처 손을 잡기도 전에 얼른 옆으로 빼냈다.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토록 참담한 일을 겪었으니 그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애정표현이 후한 사람은 아닐지라도 댄이 그때처럼 노골적으로 내 손길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댄에게 손을 내밀었다. 댄은 내게 공격이라도 당한 양 몸을 부르르 떨더니 벌컥 화를 냈다.
“자꾸 그런 식으로 내 기분을 망쳐야 속이 시원하겠어?”
이번에는 내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깜짝 놀란 눈으로 댄을 쳐다보았다. 눈앞에서 겪은 사실이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극심한 충격을 받아 눈앞이 어질어질했지만 대화주제를 바꾸어 회사에서 약속한 위로금에 대해 물어보았다.
여섯 달치 급여와 1년 간 의료보험이 제공되고, 재취업 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온라인 부서에서만 인력삭감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양한 부서에서 일흔 명이나 잘렸다.
나는 그 어디에서도 우리 집안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지 않았다. 작은 도시일수록 소문이 널리 퍼지게 마련이었다. 해릴드 박사는 절대로 소문에 휩쓸릴 사람이 아니었다. 나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해릴드 박사의 말은 옳았다. 단 72시간이라도 집에서 벗어나 쉬고 싶었다. 놀랍게도 벤과 샐리를 낳은 뒤 나 홀로 여행하는 건 처음이었다.
‘내 자신을 너무 가두어 둔 거야.’
내일은 혼자 길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이미 가본 적 있는 목적지, 집에서 아주 조금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여행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탈출의 의미도 있었다.
가을햇빛이 점점 더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 빛을 받아 우리 집 지붕이 반짝였다. 우리 집은 조금 납작하게 생긴 2층집으로 옅은 회색으로 칠한 널빤지 외장이 특징이었다. 나는 널빤지 색이 지금보다 두 단계쯤 더 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네 페인트집에서는 집 외관을 다시 칠하는 데 9천 달러가 든다고 했다. 집 앞, 2천 제곱미터의 땅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집 뒤에 서 있는 떡갈나무는 가을을 맞아 공작새 같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내가 이 집에 끌렸던 건 저 떡갈나무 때문이었어.
그럭저럭 손을 볼 곳이 많았지만 댄과 나는 그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우리 부부가 출발점으로 삼기에는 더없이 적당한 집이었다.
이 집에서 두 아이를 키웠다. 우리 부부는 이 집을 사느라 빌린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이제 17개월만 더 갚으면 모기지론 상환도 끝이었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