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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84371415
· 쪽수 : 592쪽
· 출판일 : 2014-05-30
책 소개
목차
1987년10월 / 6
2009년8월 / 11
2012년3월 / 43
4월 / 123
5월 / 240
6월 / 365
옮긴이의 말 / 589
리뷰
책속에서
그 순간 바네사는 섬뜩한 느낌이 들어 몸을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낯선 남자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두서너 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남자가 다가올 때까지 왜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을까?
바네사는 벤치에서 벌떡 일어섰다.
남자는 날씨가 따뜻한데도 검정색 야구 모자를 이마까지 푹 눌러쓰고 있었다. 게다가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커먼 선글라스에 검정색 스카프로 입을 가리고 있어 얼굴에서 보이는 부분이라고는 코밖에 없었다. 검정색 트레이닝복 바지에 풀오버를 입었고, 손에는 장갑까지 착용하고 있어 보통사람의 행색과는 거리가 멀었다.
바네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일…….”
가까스로 입을 떼는 순간 남자가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동작이 어찌나 날래던지 반항하거나 도망칠 기회가 없었다. 축축한 천이 입을 가렸고, 역한 냄새가 밀려들었다. 기관지에서는 발작적인 기침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구토가 치밀었고, 다음 순간 모든 감각이 완전히 마비되어 버리며 정신을 잃었다.
바네사는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커.
마음속에서 누군가 그렇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아직은 살인이 아니야. 여자를 풀어주면 정상을 참작해 의외로 관대한 처벌을 기대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납치감금 사실을 아예 숨기면?
그 경우 양심의 처벌을 받게 되겠지. 평생 고통스럽고 끔찍한 기억이 죽는 날까지 네 영혼을 괴롭힐 거야. 그렇지만 그 어떤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이야. 죽을 때까지 감방에서 썩는 것보다는 차라리 입을 다무는 편이 나아. 아니야, 아니야. 절대로 그럴 수 없어. 만약 그랬다가는 미쳐버리고 말 거야.
넌 악마 같은 자식이야.
아니야, 난 악마가 아니야.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이야. 끔찍한 불운이었을 뿐이라고!
라이언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동굴 속에서 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을 바네사의 운명이 가엾어 울었다. 결국 자신이 아론 변호사에게 진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끝내 비겁한 삶을 선택하리란 걸 알기에 울었다.
절대 강간범이 아니야. 섹스에 흥미가 없는 강간범은 없을 테니까. 그 놈들은 성욕을 충족하거나 여자를 정복하면서 판타지를 느끼려는 놈들이 아니었어. 내 느낌인지는 몰라도 놈들은 뭔가 임무를 수행하는 듯했어. 성폭행하는 순간에도 놈들의 마음가짐은 얼음장처럼 냉정해 보였거든. 그놈들은 마치 배 위에 컨테이너들을 선적하라는 임무를 부여 받은 크레인 기사처럼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했어. 성폭행이 끝나자 나를 목숨을 잃기 직전까지 두들겨 패는 태도도 얼마나 진지하던지……. 그 모습은 마치…….”
데비가 의자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어쩌면 내가 만들어낸 상상일지도 몰라.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가물가물해질 때도 있으니까.”
“여형사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어? 놈들로부터 받은 인상 말이야?”
“여형사도 내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어.”
갑자기 으스스한 기분이 밀려오며 뭔가 떠올랐지만 라이언은 단지 자신의 지나친 상상일 뿐이라고 치부하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