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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84374010
· 쪽수 : 600쪽
· 출판일 : 2020-05-25
책 소개
목차
제 1 부 - 26p
제 2 부 - 199p
옮긴이의 말 - 597p
리뷰
책속에서
사스키아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도 비명을 지르거나 내 정강이를 걷어차지는 않는다. 예의범절이 몸에 배어 있다. 평소 사람들을 대할 때는 예의바른 태도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는 오히려 독이 된다.
아마도 사스키아는 부모로부터 결코 낯선 사람의 차에 타서는 안 된다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자랐을 것이다. 낯선 사람이 눈앞에 있고, 상대와의 거리가 불과 30센티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어느 모로 보나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아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아마도 그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달아나야 한다고 배웠을 텐데 그냥 체념한 얼굴이다.
“제발…….”
사스키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애원한다.
“차에 타.”
나는 위압적인 목소리로 명령한다.
급기야 아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내가 팔을 붙잡았지만 아이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어른에 대한 예의가 몸에 배어있는 아이다. 아마도 집에서는 다들 예의바른 아이라고 자랑스러워하겠지만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건 불찰이다.
에드워드는 소변을 보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웃자란 풀숲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소변을 보기 위해 바지춤을 내리던 그는 반짝거리는 뭔가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허리를 숙이고 가까이에서 보니 화장품을 담는 파우치였다.
“누가 이 한적한 숲 속에 파우치를 떨어뜨렸을까?”
파우치를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립스틱과 마스카라가 들어있었다.
에드워드는 파우치를 들고 가 메건에게 보여주었다.
메건이 놀란 눈으로 반짝거리는 핑크색 파우치를 살폈다.
“요즘 여자아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파우치야.”
“어떤 여자아이가 이 깊은 숲에 파우치를 떨어뜨렸을까?”
메건이 어깨를 으쓱했다.
“부모와 함께 피크닉을 왔다가 떨어뜨렸을 거야.”
“하필이면 왜 풀숲에 떨어뜨렸지?”
“당신처럼 소변을 보러 갔다가 실수로 떨어뜨렸겠지. 내려갈 때 분실물보관센터에 맡겨야겠어.”
“혹시 주변에 뭔가 더 떨어져 있는지 살펴봐야겠어.”
풀숲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 다른 물건이 또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여학생용 가방이었다. 열어보니 1파운드짜리 지폐 서너 장을 넣어둔 돈지갑, 여행용휴지, 버스카드, 학생증 따위가 들어 있었다.
학생증에 나와 있는 여학생의 이름은 아멜리 골즈비였다.
케일럽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 변변한 단서 하나 찾아내지 못했다. 아멜리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목숨을 살리려면 최대한 빨리 찾아내야만 했다. 범인이 수개월 동안 사스키아를 감금해두었음에도 찾아내지 못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범인의 은신처가 있다는 뜻이었다. 만일 수사가 늦어져 아멜리가 시체로 발견될 경우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게 될 테고, 수사책임자인 케일럽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큰 중압감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을지 짐작되었다.
“언론이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며 매일 관련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만큼 조만간 제보자가 나타나리라고 봐요. 사스키아는 저녁 무렵에 어두운 주택가에서 납치되었지만 아멜리는 환한 대낮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마트 주차장에서 사라졌어요. 주말이라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간이었으니 분명 어딘가에 목격자가 있을 거예요.”
“그렇잖아도 아침부터 아멜리를 보았다는 목격자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 개중에는 오히려 수사방향에 혼선을 주는 장난전화도 있더군. 수사에 진척이 없을 경우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고 있는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경찰의 무능을 질타하는 기사를 써댈 거야.”
케일럽이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