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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84373518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8-05-29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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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여느 일요일 오후처럼 늑장을 부리고 있었다.
주말 외출의 유일한 장점은 새 원피스를 입고 나갈 기회가 생겼다는 것뿐이었다. 어젯밤에 마무리 손질을 했는데 결과가 제법 만족스러웠다.
재봉틀은 언제나 내게 활력을 선물했다. 재봉틀이 돌아가는 동안만큼은 모든 걸 깨끗이 잊을 수 있었다. 죽도록 지겨운 은행 업무, 따분한 일상, 거의 각자 살다시피 하는 남편과 나……. 하지만 머릿속 이미지를 종이에 옮기고, 실과 바늘로 스케치에 생명을 불어넣는 순간에는 죽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심장이 요동치고 삶이 두근거렸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피에르가 기다리고 있는 현관으로 향했다. 그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 준비 끝났어.”
남편은 화들짝 놀라며 주머니 속에 휴대폰을 쑤셔 넣었다.
“빨리도 나온다.” 그는 투덜거리며 재킷을 걸쳤다.
“이거 봐, 어제 끝낸 거야. 어때?” 원피스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남편을 쳐다봤다.
“진짜 잘 어울려. 항상 그래.”
그는 이미 현관문을 열고 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한테 눈길 한 번 던지지 않고. 항상 그러는 것처럼.
10여 년 전 그날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예복을 한 벌 만들어드렸던 날. 그날 차라리 엄마가 내 뺨이라도 후려갈겼으면 덜 아팠을 것이다.
“이리스, 설마 엄마한테 이걸 입고 네 오빠 결혼식에 가라는 건 아니지? 엄마 꼴이 뭐가 되겠니?”
엄마는 내가 만든 드레스를 의자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엄마, 한번 입어보기라도 해요.” 나는 애원했다. “정말 잘 어울릴 거라니까요. 내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해. 네 성적을 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