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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84374393
· 쪽수 : 46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줄리에트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품고 프랑스를 떠나 뉴욕에 왔다. 뉴욕에서 성공한다면 이 세상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용기를 냈다.
줄리에트는 뉴욕에 오자마자 베이비시터로 일하면서 연극 수업을 받고, 영어 공부도 했다. 오디션을 하는 곳마다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허름한 극장이나 작은 교회를 빌려 공연하는 실험극이나 아방가르드연극 따위의 단역을 맡아본 게 고작이었다.
순식간에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프랑스를 떠나올 때 가져온 돈이 바닥났다. 그때부터 오디션 대신 생활비를 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녀야 했다. 마트 점원, 병원 청소부, 커피숍 종업원 등 닥치는 대로 일해야 겨우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었다.
줄리에트는 이제 더는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에 프랑스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내 말을 새겨듣는 게 좋아. 지금 자네에게는 여자가 절실히 필요해.”
샘은 그가 알아채지 않게 가느다란 한숨을 쉬었다.
“글쎄요, 아직은 그리 절실하지 않아요. 페데리카에 대한 기억이…….”
레오나드가 그가 말을 계속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내가 자네와의 우정을 생각해 말해두지. 앞으로 페데리카는 잊어. 난 결혼을 세 번이나 해봐서 장담할 수 있어. 자네가 누군가를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사랑해본 경험이 있다면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해.”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레오나드는 창 아래로 넓게 펼쳐져 있는 도시를 가리켰다.
“뉴욕 거리를 오가는 여자들만 해도 수백만 명이야. 그들 가운데 자네가 페데리카만큼 사랑할 수 있는 여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나?”
“물론 그렇긴 하지만 저에게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바로 자네 자신이야. 이봐, 내가 아직 자네처럼 젊고, 건강에 자신이 있다면 매일 저녁 나 같은 늙은이와 노닥거리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겠어.”
지금은 삶을 변화시켜야 할 때! 이젠 달라져야 해!
핫팬츠에 탱크 탑을 입은 톱모델이 흡연의 폐해에 대해 경고하면서 습관을 바꾸라고 부르짖고 있었다.
“너나 열심히 바꿔.”
샘은 광고판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삶을 변화시켜서 어쩌라는 것일까?
샘은 이미 인생의 중대한 굴곡을 경험했고, 변화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다시 담배를 피워 물며 연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 건강 따위는 아예 관심 없고, 죽음 따위 두렵지 않다는 듯이.
샘은 라이터를 셔츠 주머니에 집어넣다가 문득 종이가 손에 잡히는 바람에 꺼내들고 펼쳐보았다. 안젤라가 그려준 그림이었다. 그는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종이 뒷면에 이상한 기호들이 그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원, 삼각형, 별 모양이 신비로운 형태로 서로 뒤섞여 있었다.
이 기호들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그의 차 바로 앞에서 유유히 길을 건너는 젊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맙소사!
브레이크를 밟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며 힘껏 소리쳤다.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