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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4782
· 쪽수 : 664쪽
· 출판일 : 2024-04-2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7
1부 와일드 우드의 딸_10
2부 레이븐의 딸_118
3부 와일드 우드의 딸_227
4부 레이븐의 딸_305
5부 기적적인 우주의 딸_452
리뷰
책속에서
엘리스가 밴의 시동을 걸 때도 레이븐은 계속 울어댔다. 밴이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리버가 더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재스퍼가 리버를 달랬다. “우리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올챙이들이 살아 있을 거야.”
“아니야!” 리버가 외쳤다.
“아빠가 집에 있으면 올챙이들을 구해줄 거야.” 재스퍼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엘리스는 입에서 쓴맛을 느꼈다.
왜 조나가 아이들의 영웅이 되었지? 집에서는 거의 볼 수도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자격을 부여받았을까?
오늘 아침에 그 개자식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걸 봤다면 재스퍼도 아빠를 계속 신뢰하며 따르기 힘들 것이다.
엘리스는 조나가 이제껏 한 짓과 앞으로 저지를 짓을 생각하니 어지러웠다.
밴이 메인 도로로 접어들고 나서야 리버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엄마?” 재스퍼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비올라를 두고 왔어요.”
엘리스는 브레이크를 밟고 뒤를 돌아봤다. 비올라를 두고 왔을 리 없는데 재스퍼 옆 가운데 자리에 반드시 있어야 할 카시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생각해보니 리버가 올챙이 병을 엎질렀을 때 아기를 차에 태우는 걸 깜박 잊어버렸다.
몸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니, 갑자기 몸에서 모든 감각이 사라져버린 듯했다. 손에 쥔 운전대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얼굴이나 팔다리에도 감각이 없었다. 엘리스는 가슴을 졸이며 가까스로 차를 유턴했다.
‘괜찮아. 비올라는 아직 잠들어 있을 거야.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조나가 다가왔다. 안아주려고 다가온 듯했지만 조나의 양팔은 옆구리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마치 이제는 어떻게 안아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혹은 안고 싶지 않다는 듯이.
“소리 질러서 미안해. 다만…… 제발 떠나지 마. 후회할 거야. 당신도 알잖아.”
“그래, 내가 모를 리 없지. 난 숲에 아이를 두고 왔어. 쌍둥이를 두고 떠나는 게 얼마나 후회될지 너무나 잘 알아. 그 고통이 매 순간 나를 괴롭히겠지.”
“당신 자신을 벌주기 위해 쌍둥이 곁을 떠날 필요는 없어. 비올라에게 벌어진 일은 단지 사고였으니까. 당신 자신을 용서해야 돼.”
“당신은? 당신은 날 용서했어?”
시간이 1초씩 지날 때마다 조나의 침묵이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난 당신을 용서했어.” 마침내 조나가 말했다. “나 자신도 용서해야 하고. 그날 벌어진 일에 대해 내 책임도 크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당신 잘못을 알게 된 후에야 날 용서할 수 있게 된 거야? 정말 고맙네. 당신과 결혼한 여자를 그렇게 무조건 지지해줘서 고마워.”
엘리스는 앞에 서 있는 조나를 밀치고 현관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쌍둥이가 꼬마 병정처럼 서 있었다. 창문을 통해 엄마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본 듯했다. 아이들의 불안한 표정과 상처받은 마음을 대하는 순간 엘리스는 더욱 결심을 굳혔다.
내가 지금 떠나면 아이들은 회복될 수 있어.
“안녕, 얘들아.” 엘리스는 종종 그랬듯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안녕, 엄마.” 재스퍼가 말했다.
리버는 아무 말도 없이 입술이 시퍼렇게 될 정도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울음이 터질까봐 두려워 인사를 하지 못하는 듯했다.
엘리스는 무릎을 꿇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엄마는 이제 떠날 거야. 엄마가 언제까지나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걸 잊으면 안 돼. 알고 있지? 엄마가 어디에 있든 너희들이 어디에 있든 엄마는 너희들을 사랑해.”
“어디에 있을 건데요?” 재스퍼가 물었다.
“경치가 예쁜 곳에서 건강을 회복할 거야. 엄마가 보는 건 모두 너희들을 위한 거야. 작은 꽃도 나무도 새도. 그 모든 걸 너희들과 함께 나눌 거야.”
“아냐.” 리버가 악에 받쳐 말했다. “우린 거기 없잖아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함께 있을 수 있어. 각자의 가슴속에서.”
키스는 두 팔로 엘리스를 끌어안았다. “어떻게 하는 겁니까?”
“뭘요?”
“여기 있으면서도 여기 없는 거요. 손에서 녹지 않고서는 만질 수가 없는 이 눈송이 같잖아요.”
“당신은 취하면 시인이 되나봐요.”
키스는 그녀를 떼어내더니 눈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러는 거예요?”
“이러다니요?”
“한겨울에 혼자 숲속으로 떠났잖아요.”
“왜 꼭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다고 생각해요?”
“오늘 아침에 당신을 봤을 때 그게 제일 먼저 보였습니다. 당신은 분명 슬픔에 잠겨 있었어요. 마음 깊은 곳에서.”
“다들 그러지 않나요?”
“모르겠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둘 사이로 눈이 내렸다.
엘리스는 그의 뺨에 키스했다. 차갑고 축축한 살갗은 수염이 나서 까끌까끌했다. “오늘 밤에 당신과 함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내게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었죠.”
“당신이 전화해줘서 기뻤어요.”
엘리스는 다시 키스했다. 그의 입술에, 짧게. “난 이제 텐트로 들어갈래요. 추워요.”
그녀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잘 있어요, 엘리스.”
엘리스가 텐트 지퍼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부츠를 벗었을 때 눈 내리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키스가 보였다. 엘리스는 그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텐트 지퍼를 잠갔다. 옷을 벗고 보온 내의와 트레이닝 바지, 기모 스웨터를 입고 울 양말을 신었다. 모자는 머리를 조금 말린 뒤에 쓸 것이다. 보온 기능이 있는 침낭으로 들어가 랜턴을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