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8898494750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5-05-3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기이1편
서하여 말한다 / 고조선 / 위만조선 / 마한 / 이부 / 72국 / 낙랑국 / 북대방 / 남대방 / 말갈과 발해 / 이서국 / 5가야 / 북부여 / 동부여 / 고구려 / 변한과 백제 / 진한 / 또한 네 계절마다 놀러 가던 집 / 신라의 시조 혁거세 왕 / 제2대 남해왕 / 제3대 노례왕 / 제4대 탈해왕 / 김알지-탈해왕 대이다 / 연오랑과 세오녀 / 미추왕과 죽엽군 / 내물왕과 김제상 / 제18대 실성왕 / 거문고 갑을 쏘아라 / 지철로왕 / 진흥왕 / 도화녀와 비형랑 / 천사옥대 / 선덕왕이 알아챘던 세 가지 일 / 진덕왕 / 김유신 / 태종 김춘추 / 장춘랑과 파랑
책속에서
웅장한 고구려 건국의 서사가 시작되는 글이다. 제목은 <북부여>이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이로써 고구려 건국의 서막을 알리겠다는 의도로 수렴되는 듯하다. 천제(天帝) 해모수가 하늘에서 흘승골성에 내려옴으로써 고구려 역사가 시작되었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는 해모수는 천제가 아닌 천제의 아들[帝子]이고, 사람들이 그를 ‘천왕랑(天王郎)’이라 불렀다고 하여 조금 다른 대목도 있으나 전체 맥락은 같다. 학계에서는 이 북부여를 ‘부여의 북쪽 지역’으로 보기도 하고, 또는 나라 이름으로 보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예는 남대방·북대방 등이 있다.
-「북부여」에서
일연은 『주림전』에 나오는 영품리왕과 시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영품리의 다른 이름이 해부루이며 시녀가 낳은 아들이 곧 동명성왕이라고 하였다. 이 두 설화를 비교해 보면 어머니의 신분이나 주인공의 이름 등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하늘의 기운을 받아 신비하게 태어나 어머니가 홀로 키웠고, 걸출한 외모와 탁월한 능력 때문에 권력자의 시샘을 얻어 핍박받아 큰 곤경에 처했으나, 결국 이를 이겨내고 나라를 세웠다는 줄거리가 거의 비슷하다. 고대 영웅의 건국 설화라는 모티프 면에서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연은 동명성왕 설화를 『삼국사기』 위주로 설명하면서도, 이의 근거가 훨씬 전에 쓰인 『주림전』의 영품리왕 설화라고 보아 문장 맨 뒤에 이를 소개하였다. -「고구려」에서
일연은 대체로 『삼국사기』 「본기」 등에 나오는 글을 요약 정리하고, 그 중간 군데군데 자기 생각을 덧붙임으로써 전체 맥락이 잘 이어지도록 하였다. 신라가 건국되기 이전, 경주에 촌장이 다스리는 여섯 촌락이 각각 자리하였다가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해 커다란 하나가 되었다. 이런 서사는 부족 국가에서 고대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을 전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촌장들이 촌락을 대표함은 물론이고 훗날 성씨의 시조가 되었다는 점에서 어렴풋이나마 신라 사람들의 뿌리도 범상치 않았다고 말하고자 한 듯하다. 촌장들도 하늘에서 내려온 비범한 인물이었던데다가, 이들의 왕이 된 혁거세와 알영은 알에서 태어난 그야말로 신비한 존재 그 자체였으므로, 이들의 후손인 신라 사람들의 자존감 역시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하늘에서 내려온 알 또는 황금 상자에서 태어난 인물을 시조로 함은 고대 건국 설화의 전형이다. 『삼국사기』에도 혁거세의 탄생 설화가 이와 비슷하게 그려져 있다. 이런 이야기가 허황하다고 말하기도 하겠으나, 신성(神性)이 대중과 접속한 상황이 은유적 묘사였다고도 볼 수 있다.
-「신라의 시조 혁거세 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