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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85231084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4-06-26
목차
알사람 나라 구경
- 걸리버 유람기: 소인국 표착 관광록 7
왕사람 나라 구경
- 걸리버 유람기: 거인국 표착 관광록 41
날사람 나라 구경
- 걸리버 유람기: 라퓨타 표착 관광록 69
말사람 나라 구경
- 걸리버 유람기: 후이늠 표착 관광록 101
해제: 『걸리버 유람기』의 번역 계보와 세상 읽기 142
작가의 말: 최남선의 『걸리버 유람기』를 이어 쓰며 157
책속에서
이 알사람 사는 곳에서는 닭의 알을 먹을 때에 반드시 펑퍼짐한 쪽을 깨뜨려 먹는 것이 보통인데, 리리푸우트 나라에서 어느 임금이 반대로 뾰족한 쪽을 깨뜨려 먹으면서 한 나라 안에서도 펑퍼짐파와 뾰족파가 나뉘어 당을 만든 뒤 싸우니 그 싸움이 끊이지 않고 또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뾰족한 쪽으로는 닭의 알을 깨뜨려 먹지 아니하리라 하면서 급기야는 죽은 자도 수만 명이나 되었고 또 뿌레프쓰크 나라에서는 특사를 보내 이 일을 비난했는데 그래도 말을 안 들어 전쟁까지 하게 됨이오.
또 다른 방은 악취가 심해 기절할 정도였는데, 이 방의 연구원은 사람의 똥을 다시 원래의 음식물로 되돌려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의 얼굴과 수염은 온통 누런색이었는데, 그게 어디서 온 누런색이냐면……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다가 나는 그에게 반갑다며 포옹을 당하고 말았다.
그런 식으로 과거의 인물들에게서 진실을 들으며 나는 역사의 왜곡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고 역겨움을 느꼈다. 전쟁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겁쟁이에게 돌아갔고, 아첨꾼이 강직한 정치인으로 둔갑했으며, 갖은 음욕을 채우고 살았던 이중인격자가 성인으로 추앙받았다. 내가 아는 위대한 업적과 혁명의 시작이 뜻하지 않은 우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인간의 지혜와 지성에 대한 나의 실망감이 얼마나 컸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