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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10326
· 쪽수 : 516쪽
· 출판일 : 2025-05-1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007
1부 중단편소설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 015
달로 간 코미디언 … 075
깊은 밤, 기린의 말 … 137
난주의 바다 앞에서 … 171
2부 장편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 201
작품 후기│이후의 삶 … 441
3부 시
강화에 대하여 … 449
그 언덕을 나는 기억한다 … 456
아름답다고 말하며 우리는 아름답게 … 458
겨울 못淵 안의 잉어 … 460
쏟아져내리는 십이월 … 461
졸업생 … 462
정지용 전집을 읽는 시간 … 464
4부 산문 어떤 도서관도 내게는 작지 않다
숲과 더불어, 거기 오래 머물길 … 471
언젠가 나도 꿈꾼 적이 있는, 해피엔딩 … 477
진주를 좋아한다 … 483
생겨난 마음이니 곧 부서질 테지만 … 489
실패한 이들이 얻게 되는 것, 다정함 … 495
몰랐기 때문에 받는 선물 … 501
내가 좋아하는 것들 … 508
저자소개
책속에서
더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계속 써나갈 때 그는 가닿을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 이르렀다. 그 지점에서 그의 문장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꿈은, 문장이 끊어진 자리에서 시작했다.(「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느닷없이 터져나온 눈물은 마음을 한결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울음을 터뜨리기 전까지만 해도 일어난 일을 부인하던 마음이 울음을 계기로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총동원해. 그 문장을 통해 그는 세상에는 아무리 모든 것을 총동원해도 이뤄질 수 없는 꿈이 있다는 걸 납득했다. 눈물이 흐르고, 그다음에 우울이 지나갔으며,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슬픔을 납득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자신은 살아남았으므로 또 뭔가를 배워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히면서도 위로했다. 그렇게 해서 잠이 오지 않는 밤마다 그는 집에 있는 책을 한 권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내용이나 주제가 무엇인지는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한때 자신도 지녔음직한, 소설에 나오는 순진한 기대나 막연한 소망의 문장들을 하나하나 버리고 자신에게 닥친 슬픔을 배워가는 일이었다.(「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하지만 그가 결국 깨닫게 된 것은, 아무리 해도, 그러니까 자신의 기억을 아무리 ‘총동원해도’ 문장으로 남길 수 없는 일들이 삶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