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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89263821
· 쪽수 : 278쪽
· 출판일 : 2008-11-20
책 소개
목차
첫째 날 화요일
둘째 날 수요일
셋째 날 목요일
넷째 날 금요일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 20쪽_첫째 날 화요일
미니스커트에서 쭉 뻗어 나온 다리가 가볍게 계단을 밟고 내려와 아스팔트 보도에 섰다. 나츠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정말 귀엽게 생겼다. 조막만하고 인형 같은 가련한 얼굴 생김새에 예쁘게 쌍꺼풀 진 눈, 가는 콧대에 얇은 입술. 매끄러운 뺨에는 주근깨도 여드름도 찾아볼 수 없으며 희미하게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부드럽게 웨이브가 들어가 바람에 흔들리는 긴 머리는 한쪽이 귀에 걸쳐져 있었다.
“야, 쿠라나미, 왜 멍하게 그러고 있어, 이거야, 이거.”
“얘, 유타.”
눈앞의 꽃잎 같은 입술이 움직이면서 말을 했다. 왠지 그게 신기해서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가서 쳐다봤다. 사유리 언니―라고 했던가. 이름이랑 딱 맞는다.
◆ 86쪽_둘째 날 수요일
잘 보니 카디건 위에, 어째서인지 토끼 인형이―.
“이거, 나츠 거야?”
“아뇨.”
“새 것은 아니구나. 낡은 것 같아 보여. 게다가……한쪽 귀가 없어.”
손에 든 사유리가 주저하며 내밀었다.
빛바랜 분홍색을 띤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인형이었다. 앉혀서 장식품으로 삼을 수도 있고, 어린 아이가 안고 놀 수도 있게 생겼다. 왼쪽 손바닥에는 꽃다발을 흉내 낸 조화를 들고 있는 것이 보기에 따라서는 귀엽게 생겼다. 하지만 오른쪽 귀만 아래쪽에서부터 완전히 잘려 나갔다.
“어떤 의미일까.”
“의미요?”
사유리의 말에 나츠는 기겁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카디건이 개켜져 여기 있는 것. 귀가 한쪽뿐인 토끼가 함께 있는 것. 무슨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모르겠어요, 그런 거. 사유리 언니는 알겠어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함께 고개를 저었다.
◆ 243쪽_넷째 날 금요일
좌우는 좁지만 과감하게 들어가서 보니 편하게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높이에 여유가 있었다. 계단은 일곱 번째 단에서 꺾어져 U턴해 위로 더 올라갔다. 인목을 피해 만들어진 비밀 계단이기는 했으나, 그런 것 치고는 구조가 튼튼하고 한쪽에 난간까지 달려 있었다. 누가 무엇을 위해 만든 계단일까. 한 단 한 단, 빨라지는 심장의 고동을 억누르며 올라가자 곧 넓게 트인 장소가 나왔다.
“찾았다…….”
나츠가 딱 한 번 본 적 있는, 동화 속 나라라고도, 꿈같은 곳이라고도 형용했던 비밀의 작은 방이 그곳에 있었다.
세 평가량의 구분된 마루방이었다. 경사를 이룬 천정과 그대로 드러난 들보가 지붕 뒤임을 가르쳐주었지만, 평평한 바닥과 유리가 끼워진 창문 때문에 방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몇 개의 탁자 위에 놓인 엄청난 숫자의 인형과 장난감이 이곳이 쿠라나미 가의 저택임을 잊게 했다. 족자나 단지, 난간이나 미닫이로 상징되는 고풍스러운 일본 가옥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그곳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