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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89456520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4-11-21
책 소개
목차
1~12
리뷰
책속에서
여기가 앞으로 내가 살 곳이다. 다다미 여섯 장, 세 평짜리 방에 작은 부엌만 딸린 집.
세상에 연금 생활자들이 있다면 교코는 저금 생활자이다. 한 달에 생활비 10만 엔을 저금에서 꺼내 쓸 것이다. 예산만 잘 지킨다면 어찌어찌 여든까지는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그 이상 살게 된다면 돈이 바닥나겠지. 교코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나이에 회사를 그만뒀으니 재취직은 도저히 무리이다. 아르바이트조차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흐르는 강물에 제 몸을 맡긴 사람은 기분 좋게 흘러가지만, 도중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는 사람에게 현실은 고달프다. 아무 생각 않고 매 순간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은 흘러가는 데 능숙해져 오히려 그쪽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교코는 이 나이가 되어 뒤늦게나마 간신히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잘한 걸까, 잘못한 걸까.”
교코는 후후 웃으며, 산책 중에 자신에게 다가온 미니어처 닥스훈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블록 담 위에서 마치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얌전히 앞다리를 접은 박력 넘치는 얼굴의 뚱보 고양이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아주 재미있는 산책길이다.
사이토 군은 매일, 잠에서 깨면 “에취, 에취, 에취.” 하고 재채기를 세 번 한다. 교코는 이 소리가 들리면 “아아, 일어났구나.” 싶었다. 구마가이 씨의 콧노래와 사이토 군의 재채기는 사회적으로 아무 할 일이 없는 교코에게 하루하루의 구두점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