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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88990429476
· 쪽수 : 444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제1부 상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길 잃은 뱃사람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
침대에서 떨어진 남자
매들린의 손
환각
수평으로
우향우!
대통령의 연설
제2부 과잉
익살꾼 틱 레이
큐피드병
정체성의 문제
예, 신부님, 예, 간호사님
투렛 증후군에 사로잡힌 여자
제3부 이행
회상
억누를 길 없는 향수
인도로 가는 길
내 안의 개
살인
힐데가르트의 환영
제4부 단순함의 세계
시인 리베커
살아 있는 사전
쌍둥이 형제
자폐증을 가진 예술가
역자후기
참고문헌
장별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튜렛 증후군에 사로잡힌 여자
한 블록 정도의 짧은 거리를 지나가는 동안 극도로 흥분한 이 노부인은 4,5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흉내냈다. 만화경과도 같은 빠르기였다. 하나의 흉내는 1,2초 정도에서 끝났고 그보다 빨리 끝나는 흉내도 있었다. 전부 합해서 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토록 우스꽝스러운 모방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2차, 3차 모방이 있었다. 흉내를 당한 사람들은 찔끔하거나 화를 내면서 그녀를 째려보았다. 그러면 그녀는 다시 그것을 왜곡해서 흉내냈다. 그러면 그들은 더욱 분노하거나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괴이한 공명현상 혹은 상호작용이 점점 퍼져나가 모두가 그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멀리서 보고 혼란을 일으킨 원인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 노부인은 그 누구의 흉내도 낼 수 있었다. 흉내를 냄으로써 자기 자신은 사라졌기 때문에 결국 그녀는 그 누구도 될 수 없었다. 수많은 얼굴, 가면, 인격을 가진 이 여성에게 이다지도 많은 정체성이 소용돌이치는 상태는 대체 어떤 것일까? 답은 즉시 나왔다. 1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나왔다.
자기 자신 및 타인에게서 오는 압력이 너무나도 강해서 이미 폭발 일보직전의 상태에 있었다. 별안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노부인은 샛길로 들어가서 초췌한 모습으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흉내낸 4,50명의 몸짓과 자세, 표정과 태도 즉 그녀의 모든 레퍼토리를 토해냈다. 커다란 팬터마임과도 같은 동작 한차례로 게걸스럽게 먹었던 50명의 정체성을 모두 토해낸 것이다. 통행인을 흉내내는 행위는 2분간 계속되었지만 그것을 토해내는 것은 한차례로 끝났다. 10초 사이에 50명을 토해낸 셈이다. 한 사람당 불과 0.2초가 걸린 셈이다. 얼마나 빨리 토해냈는가! - 본문 237~2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