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일본사 > 일본근현대사
· ISBN : 9788990706485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2-01-19
책 소개
목차
1 · 동백의 바다
소년의 눈동자 / 호소카와 하지메 박사의 보고서 / 44호 환자 / 죽음의 깃발
2 · 시라누이해 연안 어민
배의 묘지 / 1959년 11월 2일 / 하늘을 향해 진흙을 던질 때
3 · 유키 이야기
5월의 향기 / 다시 한 번 사람으로 /
4 · 하늘의 물고기
용의 비늘 / 영혼이 깊은 아이
5 · 땅의 물고기
외지에서 온 사람들 / 방황하는 깃발 / 유리의 눈물 /
6 ·통통마을
봄 / 내 고향과 ‘회사’의 역사
7 · 1968년
미나마타병 대책시민회의 / 생명의 계약서 / 천황폐하 만세 / 가을 여우비
작가후기
작품해설 이시무레 미치코의 세계 / 해설 미나마타병,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한 돌이 지나고, 두 돌이 되어도 아이들은 걷는 것은 물론이고 기지도, 말하지도, 젓가락을 쥐고 먹지도 못했다. 때때로 정체불명의 경련이나 경기를 일으키기도 했다. 생선이라곤 먹어본 적도 없는 젖먹이 아기가 미나마타병일 거라고는 엄마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진단이 내려질 때까지, 시내 병원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했고, 그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배며 어구들을 내다팔아야만 했다.
내 고향인 이 지방에서는,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장례행렬 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피리를 불고 징을 울리고 비단이며 오색찬란한 깃발을 휘날리며, 명정 하나 세우지 못한 초라한 장례라도, 길 한 가운데를 엄숙하게 행진하면 마부는 말을 멈추게 하고, 자동차는 뒤로 물러서주었다. 죽은 사람들 대부분은 많든 적든 살면서 불행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일단 죽은 사람이 되면 숙연한 친애와 경의의 뜻이 담긴 장송의 예우를 받았던 것이다.
1965년 2월 7일, 일본국 쿠마모토현 미나마타시 데츠키의 어부이자 노동자였던 미나마타병의 마흔 번째 사망자인 아라키 타츠오 씨의 장례행렬은, 굉음을 울리며 연달아 달려가는 트럭에게 길을 내주고 질척한 흙탕물을 뒤집어쓰면서, 폭 8미터의 3번 국도 가장자리를 논으로 구를 것처럼 위태롭게 비틀비틀 숨죽이며, 바다를 바라보도록 파놓은 묘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잠시도 멈추지 않는 자잘한 떨림 속에서, 그녀는 건강했을 때 항상 그랬던 것처럼 씽긋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려고 했다. 이미 마흔을 넘겨 수척한 그녀의, 가슴에 사무칠 것 같은 사람 좋은 그 미소는, 하지만 어느새 입술 언저리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의 자연스러움과 예의를 자신을 찾은 방문객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때때로 그녀가 짜증을 부리는 것은 그녀의 경련이 심해지기 때문인데, 그것은 그녀의 자연스런 성품을 나타내야 할 중요한 동작이 그녀의 마음과는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었다.